Books/Music

<A Time for 클래식>, 김흥식

green_rain 2022. 2. 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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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부분들의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적절하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나이 핑계를 대는 것 같다. 이유없이 눈물이 많아진다거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거나, 클래식 음악이 좋다거나 할 때 말이다. 음악 듣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중고등학교 때는 이어폰은 몰래 소매에 감추고 들었었다. 대학교때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어폰을 끼고 책을 보고 일을 하고 있으니, 눈 뜨며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음악을 듣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중 운전을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무언가를 할 때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시간이 아닌 경우는 클래식 FM을 듣는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적혀 있다. '이것은 한 권의 클래식FM이다!'. 과연 구성을 보니 클래식 FM처럼 시간대를 나누어 목차가 구분되어 있다. 가끔 5시부터 한시간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도 즐겨 듣는데, 이 책도 한 챕터에 국악이 들어 있다. 순간 정말 클래식 FM과 관련이 있는 책인가, 싶었다. 저자가 혹시 PD인가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지는 않았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인 동시에 포맷만 동일할뿐 클래식 FM 방송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혹 모르겠다. 저자도 그 방송을 즐겨듣는 사람인지는...... 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를 보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인건 틀림없었다. 클래식 전문 음반사를 운영했었고, 음반 제작도 했었던 것 같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겨 들을 뿐 주변의 이야기들까지는 잘 모르는 나로서는 저자가 낯설기만 했다. 그래도 좋은 구성과 클래식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시작하기에는 아무 무리가 없었다.

 

  목차에 구성이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오페라와 국악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무의미한 구분일지도 모른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모두가 클래식 음악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지루할수도 있을 것 같다. 구성이 비슷하고, 곡이 매번 바뀌기는 하지만, 비슷한 내용과 전개는, 소설로치면 클라이막스 같은 전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비결은 음악에 있을 것이다. QR코드로 챕터마다 소개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나는 해보진 않았다). 다소 진도가 더딜 수는 있겠지만, 음악을 들으며 해당 내용을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다. 뭐랄까, 라디오 디제이가 음악을 한 곡 틀어주고 그 곡을 설명해 주는 느낌이랄까. 또한 설명한 곡과 비슷하거나 상반된, 아니면 관련이 음악들을 함께 듣기로 제공하고 있어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커다란 재미일 것 같다.

 

  처음에는 목차에 나뉘어진 시간대에 맞춰 읽어 나갈 생각이었다. 같은 시간대에 설명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뭔가 더 현장감이 있을 것 같았다. 지켜진 시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시간도 있다. 지켜진 시간이 특히 더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과 책에 집중하다보면 시간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게 제공되는 그림들이나 설명 자료들도 읽다가 지루해 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읽기 시작하면서 내내 궁금했던 작품번호에 대한 설명을 만났을 때의 그 시원함이란... 인터넷으로 검색 한 번 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들일텐데, 그 귀찮음과 답답함을 한번에 해결해 주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앞서 말한 음악 제공 관련 부분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검색을 통해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을 수 있지만, 귀찮은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QR 코드로 음악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휴대폰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다른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관련 음악들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어 들어가 보니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 했다. 음원에 대한 저작권 문제일지는 몰라도 조금은 번거롭게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트뷰로 하나하나 찾아 가며 들었다. 덕분에 최근 너튜브 알고리즘은 상당부분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 주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클래식 음악들을 알게 되었을까. 글쎄. 작품번호 정도가 머리 속에 남았을뿐, 여전히 어떤 음악을 들어도, 모차르트의 곡인지, 베토벤의 곡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냥 '어! 이거 들어본 음악인데' 정도가 최선의 표현이 아닐까. 그래도 여전히 클래식 음악들을 들을 것이고, 클랙식 FM을 들을 것이다. 저자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음악은 알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고, 즐기기 위해 듣는 것이라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서 좋다면, 그게 좋은 거 아닌가. 이따금씩 이 책처럼 클래식 관련 책들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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