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손미나
몇 번째 에세이일까. 예전엔 아나운서였지만, 지금은 작가로 더 유명한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가 새로 출간되었다. 막연하게나마 가보고 싶고, 걷고 싶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에세이이다. 멋진 순례길을 홀로 걷는 뒷 모습의 표지도 인상적이다. 이전에 읽었던 외국어 공부에 대한 책은 여행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결이었어서 좀 아쉬웠는데, 본래의 여행 에세이로 돌아왔다. 구매를 안 할 수가 없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에세이는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물론 손미나 작가의 모든 에세이를 다 읽어본 것은 아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는 전문 작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저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여행 에세이를 가장 재밌게 읽고 있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언제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포함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여행의 한 분야로 순례길 종주가 자리를 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본 떠서 만들고 있는 둘레길 코스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잘 개발이 되면, 걷기와 산책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참 좋을 것 같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나쁘지 않다. 표현이 영 밋밋한 감이 있는데, 저런 표현은 꼭 좋았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다' 보다는 좋은데, 그저 좋았다, 라고만 하기에도 뭔가 아쉽긴 하다. 책의 내용이 거의 순례길 찬양에 가까운데, '좋다', '감동이다' 등등의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모든 안 좋은 상활들을 자기 위로하듯, 혹은 깨달음의 한 부분인듯 이야기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감동이 상쇄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하는 '좋음', '감동', '깨달음' 등등에 정말 그런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다. 저자도 이야기 하듯 '직접 걸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느낌이나 감정, 생각들인 것일까. 경험이 없는 나는 의구심을 결국 떨치지 못했다. 다만, 매 챕터의 첫 부분에 QR코드가 있어, 순례길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감탄스런 풍경들을 화면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읽는 내내 드는 생각 중 또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혼자서만 어렴풋이 가졌던 계획이 가족으로 수정되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고 싶다. 아직은 무리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자라지 않은 그 어느 순간,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런 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우고, 함께 걷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