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Food
<내 생애 첫번째 와인 - 박대리, 와인을 시작하다>, 이기태
green_rain
2018. 1. 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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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집에서 과일 가게를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장사에 요령이 있었던 분들은 아니셨는데,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서 쉽게 할 수 있었던 장사였던것 같다. 결국 아버지가 회사에 취직하시면서 자연스레 오래 하지는 않으셨지만 말이다. 과일 가게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과일을 정말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부모님도 그렇고, 명절에 오는 친척분들도 그렇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별로 안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남는 포도로 포도주도 담갔었다. 과일 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포도주를 마셔 봤었던것 같다. 왜 마시는지 모를 정도의 씁쓸하고 텁텁함이 배어난 것 같은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 기억은 커서 와인을 처음 접할 때는 물론이고, 요즘도 와인을 보면 먼저 드는 기억인걸 보면, 어렸을 때 맛본 기억이 꽤나 강렬하게 인이 배인듯 했다.
술을 좋아했지만,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포장마차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내게, 와인을 마시는 왠지 어둑한 실내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와인이 어느 순간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대 중반 정도의 시기였던 것 같은데, 소주를 함께 마시던 친구들이 와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때도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소주가 좋았고, 포장마차의 분위기와 안주들이 좋았다.
사회에 나왔다. 이런저런 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마련이었다. 나보다 사회 선배님들과 분위기있는 곳에서 식사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아무래도 포장마차 같은 곳에 룸이 마련되기는 힘들 것이다. 연말의 회식도 요즘은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주로 먹는다. 자연스레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자주 마시게 되서 그런지, 어느 때는 맛있는 것도 있었고, 어느 때는 여전히 텁텁하고 씁쓸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시는 분위기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자주 접하다 보니, 궁금증이 커진 것일까. 아이를 낳고, 어찌저찌 이유로 1년 넘게 처가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처가집 책장에 마침 이 책이 꽂혀 있었다. 휙 보니,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인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말이다. 근데 막상 읽으니 그닥 재밌지는 않았다. 종류가 너무 많고 다양했다. 와인의 세계가 넓다는 건 알았지만, 술에 대해 이렇게까지 알아야 싶나 싶었다. 책의 형식은 좋은데, 와인을 모르는 거에 대해 주변에서 저렇게까지 무시당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음식이나 술 모두 각자의 기호가 있는 것이고, 더군다나 맛 아닌가. 장금이가 말했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했다고'. 와인을 먹고 맛이 있고 없고, 와인에서 무슨 맛이 나고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내가 마신 와인에서 써 있는 향이나 맛을 못 느꼈다고 해서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유용한 정보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고, 와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읽어 볼만한 책이긴 한데, 나는 머리에 넣을 정도로 와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편집의 문제기 하지만, 소소하게 군데군데 보이는 오탈자들도 마음에 걸렸고, 지나치게 활자가 작은 부분들도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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