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Travel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green_rain 2024. 7. 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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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좋아한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많이 마시는 것은 더더욱 못하지만, 술을 좋아한다. 요즘 꽤나 하루키의 책을 자주 읽는 것 같다. 원래는 하루키의 책은 소설 외에는 잘 읽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뭐, 술을 좋아하는 내가 지나칠 수 없는 책이기는 했다. 게다가 이런 제목이라니... 제목에 특히나 민감한 내가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많은데, 이런 류의 책을 써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 김영하 작가님들의 여행기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것 같다. 다만, 김영하 작가님은 술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힘들 것 같은데, 김연수 작가님은 간간히 술에 대한 이야기들을 본 것 같아서 은근 기대가 되었다. 또 은희경 선생님의 어느 책에선가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은희경 선생님이 이런 류의 글을 쓰신다면야, 바로 구입해 읽어볼 것 같다. 그리고 김혼비 작가님의 술에 관한 책을 너무 재밌게 읽은 나이기에, 누구보다 김혼비 작가님의 이야기는 더욱이 기대가 크고 말이다. 나의 희망 회로들 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하루키(왜 하루키는 작가님이나 선생님이란 호칭이 안 붙을까. 이 분은 그냥 호칭이 붙지 않아야 이분의 느낌이 산다. '하루키'라는 이름 자체로 뭔가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나 할까. 호칭이 생략되어 죄송하지만, 내게는 영원히 하루키는 하루키이다.)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적은 여행기이다. 하루키는 여행을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데, 이 책을 통해 하나 더 알게 된 것은, 하루키의 여행은 테마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위스키'였고 말이다.

 

  너무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루키인데다가, 술은 많이 못하면서 맥주를 조금씩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꼭 그런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규칙적인 생활 부분은 맞지만, 술에 관해서는 조금 더 나와 가까운 애주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고, 이 책이 재밌었다. 특히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産地)에서 마셔야 가장 제맛이 나는 것 같다'는 글귀에서, 그렇지, 이거지, 하는 등의 감탄사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말이다.

 

  대학 생활 중에 여름 방학 두 달을 온전히 유럽 배낭 여행에 쏟았던 적이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하이네켄 공장을 견학했다. 견학 중간 중간 세 잔의 하이네켄 맥주를 마셨다. 그 때의 그 맛과 감동이란... 그 후 그 어느 곳에서도 그 때의 하이네켄 맛을 다시 느낄 수는 없었다. 술의 맛도 모르면서 그저 술을 마셨던 내게도, 암스테르담의 하이네켄 이후로 맛을 느끼며 술을 마시게 되었다.   

 

  재미에 비해서 내용이 길지 않아서 짧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부터 하루키의 책은, 소설과, 달리기 관련 책, 그리고 술에 관한 책이라면, 무조건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약간의 위스키 향이 느껴진다. 다만, 조금 더 그 향이 짙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에 하이볼을 좋아하게 되었긴 한데, 여전히 위스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왠지 이제는 위스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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