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Poem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green_rain 2024. 12. 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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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는 시를 많이 읽으려고 했다. 좋은 시집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시를 읽는 데에 부담이 조금 덜 해진 덕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시린이인 내게, 아직 좋은 시집을 고르는 기준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제목을 보며 뭔가 끌리는 시집을 구매하곤 한다. 이 시집도 그렇게 만났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만, 시인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만 있었을 뿐이다.

 

  시인을 부단히도 생각해내려 했지만, 내 기억에서 시인의 작품을 본 기억은 없었다. 검색을 해보니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끌림> 등의 작가였다. 두 작품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로 기억되고, 서점에서 두 책의 표지를 많이 봤었던 것 같다. 만남이야, 시인분이야 어떻든,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시집을 그렇게 읽게 되었다.

 

  읽기 시작하면서 '끌림'이 시작되었다. 뭐야, 이거 너무 좋은데?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들과는 분명 달랐다. 이 시집이 쉽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다고 해야 할까. 정서나 감정의 표현들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시어에 녹아서 전달되는 서사도 좋았고, 서사에서 느껴지는 감정들도 좋았다. 겨울에 읽어서 그런지, 시집 전체가 눈 내린 간이역의 대합실이 떠오르게 했다. 그 대합실의 한 가운데는 연통이 이어진 난로가 있는 그런 간이역 말이다. 간이역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따스함, 외로움, 고독함 등이 말이다. 전반적으로 시집의 제목처럼 사랑이 느껴졌다. 

 

  시를 읽기가 두려워지던 때도 있었다. 읽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힘듦은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언어의 장벽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시집에서는 그 장벽이 없는 것 같았다. 있더라도 낮아서 넘어갈 수 있었다. 설령 장벽이 너무 높아 넘어가기 어려울지라도 장벽의 어느 한 곳에는 그 곳을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이라도 있었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따뜻했다. 

 

  다시 시를 읽기 시작한다. 다시 시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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