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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로나 7개월

by green_rain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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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전과 같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 늘어갈 뿐이다.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는데, 생활은 이어가야만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일까. 나의 코로나 7개월은 나름대로 상황에는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7개월이 아니라 7년이 흘러간다 해도 적응 되질 않을 것들도 있다. 나에게는 외로움이 그렇다. 나의 코로나 이전 생활에 전혀 외로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정과 육아, 회사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문득문득 느껴지는 간헐적인 외로움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자의적인 외로움이었을 뿐이다.

 

코로나 이후의 외로움은 달랐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나를 숨겨야 했고, 인위적인 거리두기로 관계를 단절해야만 했다. 내 의지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완벽한 외로움이 형성되었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막막한 것은, 끝을 알 수 없기에 무작정 기다리며 견디기도 막연하다는 사실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은 모피어스에게 인간을 바이러스로 묘사한다. 시스템에 기생하며, 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바이러스로 말이다. 코로나 역시 인간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 바이러스다. 인간 사회의 어떤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 발현한 바이러스일까. 거꾸로 어떤 시스템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를 발현시킨 것일까.

 

물질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벌일까, 공생해야 할 자연을 회복 불능으로 파괴하는 시스템에 대한 반작용일까.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우리 시스템은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매트릭스>에는 네오가 존재하지만, 현실에는 네오도 없다. 기대고 의지할 곳도 없는 지극한 외로움이 코로나 시대의 나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외로움에는 끝끝내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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