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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Essay

<아무튼, 디지몬>, 천선란

by green_rain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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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면서 책을 많이 읽자고 매년 다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올 해는 시작부터 참 일이 많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가면서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집중력은 점점 떨어진다. 시간 사용에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시간이 부족한 것인지 집중력이 부족한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전적으로 내 탓일 가능성이 크다.

 

  천선란 작가님을 좋아한다.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22년에 우연히 만난 <노랜드>라는 소설이 좋았다. 그 후에 <노을 건너기>를 읽었고, 이번이 아마도 세번째 만남일 듯 싶다. <노랜드>와 <노을 건너기>가 소설이라면, 이번 책은 에세이 성격이 강한 '아무튼' 시리즈이다. 24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김초엽 작가님의 <아무튼, SF>와 같이 구매를 했다. 두 책 모두 작가님들의 이름이 구매에 많은 작용을 했으리라.

 

  천선란 작가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뭔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신경숙 선생님의 소설을 읽을 때 느껴졌었던 '먹먹함'이라는 감정. 그 감정이 천선란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주 똑같은 감정도 아니고, 단지 '먹먹함'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 드는 감정이다. 먹먹하게 외롭고 쓸쓸한 그런 느낌.

 

  디지몬을 알지 못한다. 들어 보기는 했지만, 포켓몬의 아류 정도로만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찾아 보니 내용도 그렇고 포켓몬과는 전혀 다른 만화였다. 피카츄 정도의 캐릭터만 알고 있는 포켓몬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디지몬과 비교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디지몬은 다분히 더 철학적으로 보인다.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외로웠던것 같다. 지금도 어린시절에도 TV를 잘 보지 않았기에 작가님처럼 또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다른 세상으로 가기를 원하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외로운 어린시절이었다. 친구들과 있으면 잘 놀았고, 좋은 부모님과 형, 누나들도 좋았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게 무서웠던 기억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도 일찍 사춘기를 겪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디지몬을 알지 못해도, 작가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해 준 책이다. 작가님의 책들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작가님의 어린시절에 공감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나도 알 수 없었던 '깊은 슬픔'이 문득 문득 찾아올 때의 그 두려움. 그 순간들에 나에게도 디지몬이 있었다면 조금은 덜 외롭고 무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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