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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유죄>, 김수정

green_rain 2020. 12. 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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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권김현영님은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에서 페미니스트를,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정의에 비추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런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의 시도부터가 그렇다.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질문을 던지기 힘든 요즘이다. 다들 자신의 생각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시대에, 그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용기를 보여준다. 그런 용기를 배우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기 위해 읽어 보고 싶었다. 서평단 참여라는 좋은 기회를 빌어 읽어 보았다. 용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필요할 것 같다. 나에게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다시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에는 더 달라진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용기를 내야할 시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여성을 위한 변론들을 맡은 변호사가 들여주는 이야기이다. <법은 여성의 편인가>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가해의 대상은 남성, 가족, 국가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은 공정함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본 듯하다. 공정하지 못한 법 조항이 있다면 개정을 해야 한다. 시비를 가리는 일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과정임은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험난한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부터도 남성의 위치에서 그동안 무의식중에 올바름의 정의를 머리 속에 저장해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계시고, 누나들이 있다. 아내도 있고, 딸도 생겼다. 그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들여다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너무 많다. 우리 가족들에게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일들이,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들이 어느 공포 영화 보다도 실감나게 무서운 요즘이다. 설마 그렇겠어, 하는 일들이 이 책에서는 실제 사건들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적혀 있다.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변화되고 바뀌길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남자로 살아가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있다. 법은 공정함을 판별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약자의 편에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 법은 잘 모르지만, 그 법을 제대로 수호하는 이들이 아마도 그 약자들일 것이다. 그 약자들에게 힘이 되도록 포기하지 않고 용기내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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