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을 재밌게 읽었다. 그 후에 아마도 구입해 두었던 책인것 같다. 이제서야 읽었다. <개인주의자 선언>에도 나오듯이 저자는 활자 중독에 가까운 독서광이다. 저자의 어린시절에는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플스나 인터넷도 없었기에 지금 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어린 시절도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심심한 시기였다. 그런데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되도록이면 책을 자주 많이 읽어 보려고 하지만, 활자 중독도 독서광도 아니다. 유투브나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것도 아니고 플스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독서를 좋아한다. 하지만, 독서보다 더 좋아하는 다른 짓들도 많다.
얼마 전에 읽은 <대한민국 독서사>도 그렇고 책 읽기를 소재로 한 책들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즉, 스스로 남과 비교를 해 보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서야 책 읽기의 재미를 알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내 독서의 현재 위치가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의 독서 수준이 좀 향상된 것일까, 뭐 이런 생각인 것인데, 일종의 자격지심 같은 못난 생각일 뿐이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이 정도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읽고 있을까? 독서에 관한 책들은 스스로 우쭐함을 느끼고 싶어서 읽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저자와의 비교는 불가능했다. 저자의 압승이다. 누적된 그 양을 따라가지도 못하겠지만, 독서의 범위도 차원이 한참이나 달랐다. 저자 스스로 편식 독서를 한다고 했건만, 편식이 이 정도면 나는 그냥 밥만 먹는다고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저자의 독서 습관이 형성되어 온 과정들이 에세이 형식으로 표현되며 등장하는 저자의 독서 목록들은 깊고도 방대했다. 특히 <슬램덩크>와 하루키 부분에서의 공감들 어쩌면 좋은 것인가. 내가 읽은 문학작품들의 평론들과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잘 읽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러 안 읽는 편인데, 읽기 전에는 어떤 선입견을 갖게 될까봐, 읽은 후에는 감정이 겹쳐져 흐려지는 것이 싫어 읽지 않는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건 개인주의자 성향에서는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우연히 이 책에 대한 다른 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았다. 문체와 내용에서의 호불호인데, 나에게 이 책은 문체와 내용 모두 호쪽이다. 내용은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고, 문체는 딱딱하지 않아 좋았다. 최근에 법 조항을 찾아 볼 일이 있었는데,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그 문장들. 저자가 판사라는 직업 때문이었을까,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부터 이 책까지, 모두 읽기 전에는 문체가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다. 가벼운듯 속도감있게 읽어 나갈 수 있는 편함과 속도에 뒤쳐지지 않게 스며있는 몰입도가 좋았다. 다만, 책 소개보다는 읽었던 책에 대한 느낌들만 나와 있어 조금 아쉬었는데, 어쩌랴, 시작부터 그렇게 쓰겠다고 선언한 책이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 그건 앞에 이미 적었다.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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