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Science

<사이언스 픽션>, 스튜어트 리치

green_rain 2022. 6. 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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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도 <겨울서점>에서 소개된 책이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끌렸었던 것 같다. 사이언스에서 배제되어야만 할 것 같은 '픽션'이라는 단어와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이질적인 제목도 좋았다. 과학 속에 어떤 모순들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가장 문제시하는 과학의 문제점은 바로 '재현'이다. 재현되지 않는 가설의 검증이 버젓이 사회에 나와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과학이란 뭔가 넘어설 수 없는 벽 혹은 진리 같은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게 만드는 것이 '재현'의 실패이다. 예를 들면, 1+1은 언제나 2여야 과학인 것이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연필 하나와 다른 연필 하나를 더했을 때 연필 2개 이외의 숫자가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1+1은 2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정말 많은 연구들이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서 '재현'되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그 숫자에 놀랐고, 그 위험성에 놀랐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사실 어느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석사 이상의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좋든 싫든 논문들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논문들을 replication 해보는 경우도 생긴다. 논문에 사용된 자료들을 가지고 똑같이 재현을 해보면서 방법론을 배우게 되고,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가설들에 그 방법론을 사용한다. 요즘은 데이터와 프로그램이 같이 제공되기도 하는데(국내보다는 외국 논문이 더 잘 제공되는 것 같다), 꼭 똑같이 재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행동을 했었던가. 내가 뭔가 프로그램을 잘못 돌렸던가, 아니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했었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논문들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말하는 조작과 편향, 부주의, 과장에 대해서 비판적 과정없이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앞서, 저널에 투고되어 출판까지 된 논문에 대한 신뢰 하에 나의 실수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에의 신뢰는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 신뢰에 조금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아울러 현재 연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문제점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진정으로 과학계가 변화되길 바라고 있다. 

 

  최근에 논문을 작성해야 할 일이 생겼다. 아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일을 더이상 미룰수 없게 된 시점에 이르렀다. 시작 전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다행일까. 나는 정말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점들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겁이 난다. 잘못된 가설 검정이 주는 피해 사례는 정말로 크고 무서웠다. 의학이나 과학쪽이 아닌 사회과학 연구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과 작업에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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