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꿀단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꿀단지곰

green_rain 2022. 11. 26. 02:05
728x90
반응형

 

 

  제목을 보는 순간, 추억이 되살아 났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게임을 좋아했었던 것 같진 않다. 잘하지도 못했거니와 말이다. 그런데 오락실은 좋아 했던 것 같다. 처음 기억하는 오락실의 게임은 갤러그였다. 실제로 해 본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가장 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게임은 갤러그였다.

 

  나 역시 저자와 세대가 비슷한 것 같은데,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다. 3학년이 시작되면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대전과 서울은 참 많이도 달랐었다. 전학 온 학교에서 사귄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게임기를 처음 보았다. 재믹스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게임기를 친구와 함께 가지고 놀던 기억은 강렬했다. 중학교에 들어 갔을 때, 부모님이 슈퍼패미컴을 사주셨다. 친구들과 게임팩을 바꿔가며 했었던 기억이 났고, 학교에서 선생님께 게임팩을 걸려서 압수도 당해보고, 맞기도 했었더랬다.

 

  친구 집에서 처음 접한 재믹스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지만, 자주 가서 해보지 않았기에 재미를 느낄만큼 누려보진 못했다. 슈퍼패미컴으로도 집에서 게임을 하곤 했지만, 부모님의 만류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던것 같다. 오락실에서 돈을 넣고 하는 게임에 비해 재미가 떨어졌다고나 할까. 손가락으로 방향키를 누르는 것보다는 스틱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오락 스러웠고 좋았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콘솔 게임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그건 단지 기계에 대한 소유욕일 뿐이지,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왜 게임에 관한 이 책을 보자마자 구매를 하게 됐을까. 그건 아마도 갑자기 살아난 기억이 추억과 혼동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닥 즐기지는 않을지라도 가끔식 해보고 싶은 게임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맞아 그때는 이런 게임이 있었지, 나도 이 게임 자주 했었지, 정도의 기억만 상기 시켰을 뿐이었다.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덕후의 느낌은 상당하다. 어느 정도 빠져야 이렇게 전문가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그 수준 차이에서 오는 나의 모자란 감정이 조금은 미안하기까지 했다. 처음 책을 살 때만 해도, 추억을 소환하며 레트로 게임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그런 생각들은 작아졌다. 왜 그런 마음이 작아졌을까. 내가 그리워하고 추억했던 게임들은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콘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반복되는 게임과 게임 설명에 조금은 지쳤던 것 같다.

 

  내가 무슨 무슨 게임을 했었는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을 만날 때의 그 기쁨. 그 기쁨이 추억을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게임 중에 '보글보글'과 '카발', 월드컵보다 그 때는 친구들과 함께 열광하며 대결했던 '싸커'(제목이 모두 정확한지는 모르겠다.)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728x90
반응형

'Books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튼, 술집>, 김혜경  (0) 2022.12.20
<아무튼, 술>, 김혼비  (0) 2022.12.06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0) 2022.10.27
<땅콩일기>, 쩡찌  (0) 2022.10.24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0) 202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