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땅콩일기>, 쩡찌

green_rain 2022. 10. 2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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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그림체가 있다. 좋아하는 색깔톤도 있다. 그런 요소들이 들어간 책들은 위로와 응원을 주는 글들이 많았다. 이 책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죽음과 슬픔, 힘듦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파스텔적인 색깔톤과 비교적 귀여움 그림체에 비해 내용은 가볍지 않다.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일부러 대놓고 하는 위로와 위안과 응원 등은 때때로 부담이 되거나 공감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겉으로만 봐서는 알수 없는 진심에 대한 의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 가끔 쓰던 일기장이나 아무도 오지 않던(아니면 비밀글로 써 두었던) 싸이월드 같은 곳에서 발견되는 글들을 보면, 나에게도 지독한 슬픔같은 것들이 가끔씩(1년에 한 두번 정도) 찾아 오곤 했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기에 한 없이 무서웠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요즘도 불쑥 그리고 문득 가끔 찾아 오곤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슬픔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는 생활들이 이어지고 있다.

 

  밤에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는 오로지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있다고 해도 아이들은 10분이상 아빠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회사에 오면 일을 해야 한다. 일은 생계와 연관되어 있다. 소홀할 틈이 없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나도 지쳤다. 나도 잠이 고프다. 그래, 운 좋게 오늘은 덜 피곤했나 보다. 잠이 안온다. 그럼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마구잡이로 생각난다. 이 책도 읽고 싶고,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도 찾아 봐야 하고, 책을 읽은 후에는 이렇게 후기도 남겨 두어야 한다. 문득 예전의 글들을 보며 내가 써 두었던 그런 힘듦과 사유의 고독들은 모두 여유가 있을 때 가능 했던 것들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의무는 결혼 전의 여유가 사라지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시간이 줄어듦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다. 하지만 힘들고 바쁜 생활을 주는 남편과 아버지, 직장인으로서의 생활도 좋다. 지난달 1주일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여유롭다는 생각보다 가족들이 없는 외로움이 더 컸던 것을 보면, 결혼 전의 여유로운 생활보다 여유가 줄어든 현재의 삶에 대한 기쁨과 만족도가 더 큰 것 같다. 짧아진 여유지만, 그 속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도 읽고, 운동도 하는 등 여러가지를 하다보면 짧은 하루에도 알찬 시간 사용에 대한 보람도 느껴진다. 생각이 줄어 슬픔 등이 찾아와도 금방 지나가는 것 또한 좋은 점 중 하나다.

 

  책 이야기 하다 다른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니다.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것도 아니다. 기대했던 내용들이 아니어서 실망을 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이 책이 너무 어둡고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도 내가 밝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보다는 내가 밝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성이 좀 안 맞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공감은 억지로 올 수가 없다. 이 책이 주는 현실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공감이 위로와 위안이 될지, 나처럼 조금은 무겁고 어둡게 다가올지는 독자 개개인의 성향에 달려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슬픔과 힘듦은 현실의 바쁨에서 오는 여유의 감소로 치유가 되었듯이 모든 사람들의 어려움들도 각자의 해결책들로 반드시 해결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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