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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green_rain 2019. 11. 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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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주는 강렬함들이 있다. 그 강렬함에 이끌려 책을 구매하곤 한다. 이 책은 지난번에 이어 운이 좋게 서평단에 모집되어 읽게 되었다. 서평단에 신청을 한 이유가 아마도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이끌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 보니 책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 것 같다. 페미니스트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쓰기가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어떤 특정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나 현실이란 것이 현 시대와 맞지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 쪽이 차별이 당하고 있다는, 성(性) 구별이 아닌 성(性) 차별이 일어나는 세상이 아직은 뭔가 합리적이지 못한 불합리한 세상이라는 사실이 슬픈 현실인 것이다. 나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이고, 페미니즘을 잘 모르며,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변화의 시작은 아마도 아이를 낳고 부터가 아닌가 싶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터 였던 것 같다. 첫째가 남자아이, 둘째는 여자아이이다. 아들과 딸이 살아가는 세상이, 성별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들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에게까지로 관심이 확장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부모님의 성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들을 아주 가끔 매체를 통해서 보긴 했지만, 누구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 중에 하나가 저자인데, 저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는 것은, 앞서 말한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맞을 것 같다. 서평단 소개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명을 봤을 테니, 내용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시선'이 좋다. 저자가 말한 '그전'이 아마도 이러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서는 나와는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첫 이야기만 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등장한다. 저자의 처음 시선이 나와 같은 시선이지만, 뒤에 나오는 저자의 시선은 나와는 다른 시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선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그전의 상태와 상황에 내가 있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결과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을 누군가는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결과들을 바라고 원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생각이 아닐 것이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그 다양성은 무시한채 나만 옳다는 생각들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다양성이 무시되는 현상이 무섭다는 이야기이다. 다시는 다양성을 무시하는, 나만이 옳다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저자의 이야기 중 토론에 대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아마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말은 쉽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스트에 대한 저자의 정의가 그 어느 이야기보다 묵직하게 다가와 옮겨 적어 본다. "나에게 페미니스트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 알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는 모르겠다. 내가 좋은 부모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저자가 말한 페미니스트의 정의대로라면, 내 아이들이 페미니스트로 성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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