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언제부터 좋아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엔 책을 읽지 않았었으니까,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본 시를 좋아했었을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많이 좋아해서 옮겨 적어 보기도 하고, 좋아했던 여자친구에게 적어 보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를 읽지 않게 되었다. 독서의 재미를 소설을 통해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소설의 서사에서 오는 재미가 짧은 문구의 함축적인 어려움을 너무 가볍게 능가했기 떄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시는 어려운 것으로 마음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창작과 비평 2019 겨울호> 서평단에 참여했다. 미션처럼 책을 읽어 나가는 활동이었는데, 그 첫 미션이 시 부분을 읽는 것이었다. 열 명의 시인들의 시가 두 편씩 실려 있었다. 이름을 아는 시인은 한 분인가 그랬다. 실려 있던 시들도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중 두 편 정도의 시가 내 마음을 끌었다. 뭔가 잊혀져 있던 느낌들을 살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시가 그렇게 다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삶이 변했다. 일상이 무너졌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독서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던 차에 <마음 시툰>이라는 책의 서평단이 모집됐다. 시와 만화가 만나 있다는 것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독서할 시간이 마련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원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예상보다 책이 두꺼웠다.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무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나머지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시는 박성우 시인이 선정을 했고, 글과 그림은 김성라님이 쓰고 그렸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시도 있었다. 김영랑 시인과 황동규 시인의 시다. 두 시 모두 학생 시절 옮겨 젹던 시 중 하나였다. 기분이 묘했다. 그림과 글도 좋았다. 제목은 가볍게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밝다고 해야 하나. 책의 띠지처럼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밝은 느낌이다.
이 책은 두 권의 시리즈로 알고 있다. 다른 한 권은 제목에 마음이 들어가 있던 것 같은데, 그 책도 읽어 보고 싶다. 이제는 시를 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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