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플로리스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을때, 나는 경제적인 측면을 먼저 고려했었다. 요즘도 꽃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선물의 용도로서도 꽃은 예전과 비교해서 크게 환영받는 선물은 아닌것 같았다. 나의 내색하지 않던 걱정에도, 누나는 하고 싶은 하며 즐거워했다. 누나가 플로리스트가 되어 꽃집 운영을 시작하면서, 나의 걱정은 나의 무지였음을 깨달았다. 꽃 시장, 즉 화훼산업은 내 생각보다 컸고, 예전보다 더 성장성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누나 덕에 집에 식물들이 많아졌다. 꽃이나 화분 등이 늘었고, 집은 늘 향기로웠다. 그걸 빼면 여전히 나는 식물이나 꽃에 대해 무지했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주변의 꽃을 보기 시작했다. 주위의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들은 길가에 핀 꽃들을 좋아한다. 신기해하며 만지기도 한다. "아빠, 이건 무슨 꽃일까?" 하고 물으면, 내가 답해 줄 수 있는건 개나리나 목련, 벚꽃, 민들레 등 소수의 꽃들 뿐이다. 하루는 산책을 나갔다가 너무 예쁜 색깔의 꽃을 보고선 사진을 찍어 누나에게 이름을 물어본 적도 있었다. 금계국이라는 노란색 꽃이었는데... 이름이 어렵고 낯설었지만, 그 금계국은 그날의 산책을 결정지을만큼 아름다웠다.
이 책은 식물이나 꽃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혹은 지식을 확장하기 위해 선택한 책은 아니다. 그냥 표지가 너무 예뻤고, 이런 예쁜 것이 그림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구입한 책이다. 내용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조금은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꽃이나 식물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냥 팩트로 넘기며 읽으면 될 것 같았다. 42개 종류의 식물이나 꽃이 소개되어 있고, 마지막 복수초를 빼면 소개하는 해당 식물 혹은 꽃의 세밀화가 들어있다.
어떻게 그렸을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얼마나 열과 성을 들여야 이런 세밀화를 그릴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고 놀라웠다. 사진으로 보면 조금은 차갑게 느꼈졌을 씨앗의 단면이나 줄기 속 같은 부분들, 꽃과 식물들의 그림이 너무나도 따스하게 다가왔다. 소개된 꽃이나 식물들을 집에서 기르고 있었다면, 아이들에게 도감 형식으로 보여줘도 좋았을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나나 아내는 식물을 키우는 것 같은 데에는 소질이 없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술 방식도 좋았고, 세밀화도 너무 좋았다. 다만, 소개되는 42개의 식물이나 꽃들이 조금은 그룹이 지어져서 소개가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각각의 학명 등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소개되는 식물들이 그룹지어져서 소개가 되었다면, 읽고 나서도 좀 체계(?)란 것이 잡혀 있을 것 같고, 더 오랜 기억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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