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강원국님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는 책을 읽었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이 딱 그 제목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자기 중심적인 이야기여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주 자주 등장하는 비속어와 욕설이 다소 불편하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 잘 읽히기도 하고 말이다.
Youtube를 잘 보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지켜 보는게 재미있지도 않고,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게임 채널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컨텐츠들로 방송이 되고 있지만, 즐겨 보는 채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 몇몇 채널을 구독하긴 했지만, 정기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좋아요를 누른 경험도 없다. 많은 유투버들에게, 혹은 유투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란 존재가 달가운 존재는 아닐 것 같다.
비슷한 책을 본 적이 있다. 베스트셀러일 것 같은데,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이다. 꼭 한 번 봐야지 하고 있던 책인데, 아직 보지 못했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 영화를 좋아 했었다. 병원 핑계로 야자를 땡땡이 치고 종로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시절(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시절)이 있었다. 영화 잡지도 매달 구독해 가며 영화를 찾아 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말하는 덕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것과 덕후가, 그것도 찐덕후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도 예전만큼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건 변함이 없다.
추억에 잠겨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긴 할 것이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앞서 말한 비슷한 제목의 읽고 싶은 책과 제목이 비슷한 점도 선택의 이유였을 것이다. 책은 재밌다. 잘 읽힌다. 봤던 영화들도 있고, 보지 못한 영화들도 있다. 챕터 처음에 부제처럼 달린 영화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쯤 시작되는 걸까, 싶게 사설이 길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다 소개되는 영화들과 연결되는 이야기다. 덕후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왜 같은 영화를 보면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왜 저런 미장센이 안 다가올까,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덕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Youtube 채널을 몰랐던 터라 이 참에 한 번 봤다. Youtube의 내용들이 책의 어법과 닮아 있었다. 같은 저자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많은 컨텐츠들이 있어서 한 편 정도 봤는데, 역시 끝까지는 다 보지 못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소개하는 영화들은 그냥 영화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걸 더 바랄테고 말이다.
코로나19로 삶의 패턴이 그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방구석에서의 삶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개의치 않고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누구든 조심하며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내 삶도 물론 바뀌었다. 집에서의 생활이 당연히 길어졌다. 그럼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영화 보기나 독서로 시간 배분이 더 늘었을까. 아이가 있는 집에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에 한계선이 그어진다.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영화관,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더 제시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육아를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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