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을 1번부터 읽어봐야지 하면서 책을 순서대로 사 모으고 있었다.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변신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읽었다. <변신이야기>부터 시작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세계문학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일까. 3권이었던 그나마 유명한 <햄릿>도 그렇게 재밌진 않았던 기억이 있다. 4권은 재미를 떠나서 얇은 책이어서 재미없어도 금방 읽지 않을까, 생각하며 집은 책이었는데, 얇은 책임에도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 '불쾌하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서 일 것이다. 카프카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고, <변신>이라는 소설도 어디선가 제목과 간단한 내용정도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변신>은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왜 벌레로 변했는지는 설명이 없고, 벌레로 변한 이후의 가족들과의 관계, 자신의 상황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줄거리를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 외에도 카프카의 여러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나마 <변신>이 간단하게라도 내용을 알고 있었던 터라 줄거리라도 기억에 남을뿐, 다른 단편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책 표지 제목에 있는 <시골의사>도 제목에 있어서 상기하면 줄거리 정도는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별로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도 아니다.
언제부터 인가 시를 잘 읽지 않게 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이다. 서사들이 읽히는 시들도 많이 있다. 그런 시들을 제외하면, 도대체 시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암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시를 잘 읽지 않는다. 아니 못 읽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뭐냐는 물음에, 지체없이 '소설'이라고 답하던 나였다. 독서 목록을 보면, 대부분이 소설이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설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서사의 재미보다 현실성에서 오는 생각할 거리들이 느껴지는 책들이 좋았다.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내면의 이야기들이 많은 소설을 그래서 잘 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1부와 2부, 3부로 나눠진 카테고리에 많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책 제목에 있는 두 단편은 1부에 수록되어 있다. 이 많은 단편들 중에서 그래도 한 편을 뽑으라면 지체없이 <법(法) 앞에서>를 뽑고 싶다. <변신>이나 <시골의사>에 비해 엄청 짧은 소설인데, 많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다. 법(法)으로 가고 싶은 주인공이 번번히 첫번째 문지기에서 막히고 마는데, 그 문을 통과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지만, 결코 지나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포기의 그 순간 문지기와 대화가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었다. 카프카라는 이름을 나도 아는 걸 보면, 정말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 대표작이 아마도 <변신>일텐데, 나는 그보다는 <법(法) 앞에서>를 읽고, 카프카가 왜 유명한 작가인지를 얼핏 느꼈다.
그래도 이 소설집은 불쾌하고 불편했다. 시보다도 난해하게 느껴지는 문장들의 이어짐.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내 잘못인 건가, 하는 붙쾌함. 그리고 이렇게 또 소설과 멀어지는 건가, 하는 불편함. 4번이다. 몇 번에서야 나는 내게 맞는 세계문학전집을 만나게 될까. 기대보다는 다소 무서움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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