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을 모집하는 제목들을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제목이 끌리는 서평단 모집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클릭을 이어간다. 이 책도 제목에 끌렸다. '퇴사'라는 단어와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내 눈을 자극했다. 마음 속에서 그려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지길 바랬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술 한 잔 생각나게 하고,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아니 본 책이다. 미리 말해두면, 이 책은 만화다.
먼저 '칵테일'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술을 좋아한다.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자주 마셨었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것들이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요즘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 거다. 코로나 이전에, 아이를 낳은 몇 년 전부터 밖에서 술 마시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첫째와 둘째가 돌이 지나기 전의 각 1년씩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대신 집에서 반주로 마시는 일은 상대적으로 잦아졌다. 결혼 전에 밖에서 마시던 횟수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꽤 소소한 맛이 있어 이것도 좋다. 다만 아내가 술을 못해서 혼자 마시는 적적함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칵테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마셔본 경험이 적기에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좋아하지 않기에 즐겨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우선 칵테일을 파는 '바'보다는 선술집을 좋아한다. 포장마차도 좋고, 낡은 가게도 좋다. 그런 곳에서 마시는 소주나 맥주를 더 좋아한다. 주위가 다소 시끄럽지만,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의 소리들만 들리는 신기한 느낌도 좋다.
'퇴사'라는 단어를 보자. 사실 술을 예전만큼 자주 못 마셔서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더 꽃혔을 것 같은데, 제목에서 나를 잡아 끈 것은 '퇴사'라는 단어였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직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운 좋게도 쉼없이 취직을 하고 세 번째 직장이 지금이다. 첫 직장은 너무나도 내 성격과 맞지 않는 곳이었고, 두번째 직장은 계약직 기간이 있었다. 다행히 그 기간 만료 전에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했고, 지금의 직장은 너무나 재밌고 즐거운 곳이었다.
현재도 지금의 직장은 여러모로 좋은 곳이다. 하지만 10년정도 한 곳에 있다보니,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같은 일을 10년간 계속 하다 보면 리프레쉬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년은 적응을 넘어 안주를 몸에 새겨 넣을 시간이다. 안주를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이런 고민들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책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회사에서 짤리고 퇴사하던 날 저녁에 우연히 '블루문'이라는 바에서 칵테일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간다는 이야기다. 회사에서 짤리는 이유가 불합리하다. 아직도 저런 남자들이 있어? 그것도 회사에? 그렇게 말하겠지만, 그런 사회에서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이야기가 책 속에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주인공은 자기가 당한 일인데도, 자신의 잘못도 일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에게 앞서 봤었던 <아주 오래된 유죄>를 추천해 주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아니니까 넘어가고.
주인공은 칵테일 바의 멋진 사장님(여성)의 도움으로 그 곳에서 알바도 시작하고, 칵테일 제조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간다. 조주기능사라는 자격증도 따고, 새로운 꿈도 갖게 된다. 마지막엔 퇴사 당시의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손님에게 자신이 받았던 도움들을 다시 베푸는 그림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그 비슷한 손님이 왠지 이 책의 저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위안을 줄 수 있는 스토리다. 그림과 채색도 자극적이지 않고, 만화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편하고 말이다. 다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스토리와 정보 전달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조주기능사라던지, 등장하는 칵테일에 대한 소개가 좀 더 디테일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조금 무거운 책이 되었을려나.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보기엔 지금이 딱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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