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너무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었던 탓일까.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던 탓일 수도 있겠다. 기대를 하며 받아든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넘길수록 '뭐지.. 뭐가 이렇게 불편한거지?'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무언가 내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 어때 감동이 오지 않니? 감동을 느낄 거야, 찡한 뭔가가 느껴지지 않니? 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안 그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불편한 느낌은 그런 강요에서 오는 것 같았다.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 였다. 그림체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야기일텐데, 앞서 말한 감정의 과잉같은 것이랄까. <The Snowman>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과 비슷할 것이다. 글이 별로 없이 그림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처럼,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똑같이 그림만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한다. 눈사람과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런데 전달되는 감정은 다르다. 감정을 전달해서 감동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니다. 무지 무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전달에서 무언가 인위적이고 넘치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면서 감정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The Snowman>이라는 애니메이션도, <할머니의 여름휴가>도 보게 되었고,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앞선 두 작품과 다르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진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 책을 다른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안녕달님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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