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한다. 정말 심하게 대취한 적도 많았고, 하얗게 기억이 사라진 적도, 술병으로 고생한 적도 많았다. 그렇게 심하게 고생을 하고 나서는 후회를 하면서도 이내 다시 술을 마시곤 했다. 집에 술을 좋아하거나 잘 드시는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나만 술을 마시고, 취하곤 했었다. 가끔 부모님의 걱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걱정도 덜 하시는 듯 하다. 결혼 후에 술자리가 줄어서도 그렇겠지만, 요즘은 술을 예전만큼 많이 마시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쉬이 취하고, 금방 잠이 든다. 늦게 까지 술자리를 지키며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시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체력이 되었다.
제목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의 양을 떠나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애주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숙취에도 술 생각이 나듯 자연스럽게 끌리는 제목이 아닐까. 부제에도 써 있듯이 저자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셨던 술에 대한 이야기가 써 있다. 글은 이야기를 듣듯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막히는 부분이나 흐름에 방해되는 문맥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책은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너무나 지극히 개인적인 술 마신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에세이로 보면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에세이도 무언가 생각거리를 던져주거나 생각거리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저 술마시고 취한 이야기여서 에세이로서 받을 수 있는 재미는 없었다. 그렇다면 술에 관한, 즉, 음식으로 분류해서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도 술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알고 마시는 술은 더 맛있거나, 적어도 모르고 마실때와는 다른 맛일테니까. 그러나 음식쪽으로 분류해서 읽어도 이 책은 그쪽 분류는 아닌것 같다. 술에 관한 정보도 빈약했다. 부제처럼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마셔본 술과 인생 이야기'였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인생 이야기일 뿐이었다.
'Books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0) | 2022.02.10 |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0) | 2022.01.26 |
<사랑은 과학이다>, 로건 유리 (0) | 2021.08.27 |
<말끝이 당신이다>, 김진해 (0) | 2021.08.13 |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0) | 2021.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