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사랑은 과학이다>, 로건 유리

green_rain 2021. 8. 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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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감정을 객관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 책의 제목에 끌리면서도 갖게된 의문점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등을 보면 '사랑' 혹은 '연애', '관계' 등에 대한 철학적 담론들로 이야기가 서술되기는 한다. 철학과 과학이 논리와 분석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철학과 과학은 엄연히 다르다. 이 책이 궁금하면서도 그저 그런 책은 아닐까, 걱정도 앞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표지 뒤의 문구처럼,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연애 상담서는 아니'었다.

 

  이 책은 3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섹션은 자기 연애에 대한 문제 점검과 해결책, 본격적인 실천, 사랑 이후의 이야기를 각각 담고 있다. 첫 섹션은 '내 연애는 왜 자꾸 실패할까' 이다. 먼저 자기의 연애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낭만형과 극대형, 주저형을 제시하고 있다. 나의 경우는 낭만형과 주저형의 사이 어딘가인것 같았다. 낭만형은 '관계'에 대한 기대가, 주저형은 '자신'에 대한 기대가 비현실적인 유형들이다. 나 역시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또한 매 순간 나와 나의 행동들에 확신을 가졌었던 적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망설였던 기억이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각각에 맞는 해결책이 제시되는데, 상담 사례를 들려주듯 예시를 보이고 그 상담 내용에 대해 처방하듯 이야기가 전개되어 몰입감도 있고 지루하지 않았다. 나의 경우인 낭만형과 주저형에 대한 환상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해결책이 제안되었다. 동화는 완벽하지 않고, 동화처럼 완벽하겠다는 기대감에 대한 실망감이 현실성을 높였다. 또한 주저하는 데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함도 눈길을 끌었다.

 

  두번째 섹션은 '데이팅앱 알고리즘을 알면 성공이 보인다'이다. 알고리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쇼핑앱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적절하게 추천해주고, 음악 앱은 내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알려준다. 가끔 그 목록들이 신기하면서도 무섭지만, 그 추천 대상들을 모두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스마트한 세상에서 두번째 섹션은 적절한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 이왕 데이팅앱을 이용할 거라면 스마트하게 이용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아무리 메타버스의 세상이라지만, 결국은 앱 바깥의 현실적인 만남으로 결론을 이끌며,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한 10가지 제안'도 제시한다.

 

   마지막 장은 '헤어지거나 계속 가기 위한 노하우'이다. 즉,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의 선택의 상황에서의 행동이다. 선택에 앞서 먼저 그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며, 그 관계에 대한 적확한 진단도 요구된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인간이다. 꼭 사랑과 연애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관계를 맺는 것보다 끊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자가 진단 후에는 믿을만한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중요하다. 나이든 사람과 지혜 싸움을 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정을 했다면, 내치든 유지하든, 각각의 실행에 해당하는 조언들도 제공된다.

 

  결혼을 했고, 육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요즘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결혼 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분명 나의 입장에서의 표현이지만, 아내 역시 변화된 감정의 '사랑'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을 포용하는 '관계' 안에서 나는 어떻게 이 감정을 유지하고 지속할 것인가. 여러 과학적인 방법들을 제안 받았다. 그저 그런 연애 상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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