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할 때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택을 하게 된다. 결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제목이다. 뭔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제목들이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다. 가끔 표지도 선택을 결정하는 데에 고려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앞 표지의 깔끔함도 그렇지만, 뒤 표지에 있는, 그보다 먼저 서평단 모집 블로그에서 본 글 때문이기도 했다. 그 블로그 글이 책의 뒤표지에 써 있는데, '이런 분들께는 적극 권한다'로 시작하는 문단의 내용에 끌렸다. 나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색함은 물론, 말 끝맺음 대신 말 줄임표를 달고 산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읽어 보고 싶었고, 서평단 모집에도 신청했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은 나의 선입견이 작용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전하는 바는 크지 않다'라는 선입견 말이다. 그런데 시작부터도 이런 나의 느낌들이 들어맞는 듯 했다. 표지의 작가 소개에 있는 글, '어쩌다 썼으나 많은 사람들이 읽기 쉽지 않은' 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쎄했다. 제목에 끌려 선택했으나, 읽기는 쉽지 않은, 즉 나에게 맞지 않는 글이 될 듯 했다. 또, 글의 앞부분에 프롤로그 혹은 작가의 말이 나온다. 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 작가의 말이 길다면, 걱정이 앞선다. 그 부분에서 재미가 떨어지면 본문이 재밌기는 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느 책들과 다르게, 적은 확률을 뚫고 본문은 재미있길 바래본다. 그래도 다행히 작가의 말이 다소 긴건가 싶을 때 끝이 났다. 길진 않았다.
본문으로 와서 처음드는 생각은 가장 먼저 글씨체. 단행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씨체는 아니다. 읽기 시작하면서는 이 책과 이 글씨체가 어울리는 건가, 싶었다. 한겨레의 느낌이 물씬 들긴 했지만, 한겨레에 연재되던 것을 모은 책이라고 해서, 굳이 글씨체까지 그대로 단행본에 옮겨온 것이 좋은 선택이었나, 싶긴 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잘 어울린다. 뭐랄까, 웃기게 재밌는 표현이나 문장들과 더 잘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으로 그 표현들을 더 찰지게 해준다고나 할까. 근엄한 표정으로 농담이 아닌척 재밌는 말을 할 때에 전해지는,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미소짓게 만드는(그런게 더 웃기다).... 여튼 잘 어울인다.
크게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과 관련된 짧은 사설같은 느낌의 글들이 모여 있다. 저자에게 의뢰된 글들이 800자 내외의 글이었다고 한다. 무언가를 담기에 한 없이 짧은 글일 것 같았는데, 읽기엔 나쁘지 않았다. 요즘의 시대에 적당한 분량이라고나 할까? 더 길었다면 스킵(skip)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글 말이다. 저자가 '말을 주제로 삼는 글의 가장 쾌적한 길이는 800자이다(믿거나 말거나)' 라고 했는데, 믿게 됐다.
말에 대한 짧은 단상들, 그렇지만 간간히 깊은 생각들에 빠지게 하는 글들도 있었다. 저자는 주로 말을 해라, 실수해도 좋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말이 될 수도 있다. 말은 해야 살아난다는 입장을 기저에 두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말은 어렵다. 제목에 결국은 답이 있었다. 말은 해라. 하지만 말이 당신이다. '생각은 자유롭게 하되, 표현은 절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말이 곧 나 자신임을 기억하고 말을 하되,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말을 해야 한다.
나의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말끝이 흐려지는 모호함이 조금은 나아졌을까. 책 한 권이 가끔 많은 변화를 던지기는 하지만, 아직은 말이 나라는 사실을 각인하는 일에 몰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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