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히 말해 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읽어보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있고 좋아하는 작가로 편입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후로 팬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그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가 너무나도 나와 딱 맞는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영미문학 비평과 관련된 수업을 듣게 되던 때에 철학과 사랑 이야기를 버무려 놓았던 이 책은 너무 인상 깊었다. 그렇게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고, 신간이 나오면 거의 바로 사서 보게 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렇다고 읽었던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사랑에 관한 3부작도 아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만 좋아했었던 것 같다.
다른 책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책도 역시 신간 알림을 받은 후 바로 구입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그렇게 좋은 인상은 아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인생학교 시리즈 6권을 축약해 놓은 느낌이랄까. 성인에서 아이들 버전으로 맞춘 듯한 인상이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이미 재밌게 봤었던 드라마를 압축해서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요즘은 아이들이 빨리 자라니 저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쯤 권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서는 에세이보다 소설을 더 좋아했었던 것 같다. 물론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나 <뉴스의 시대>,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 일주일을> 등은 좋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등의 소설이 기억에 더 많이 남는 것은 아마도 현실같은 이야기에, 그 안에서 다분히 내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철학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아마도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일테고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인생학교> 시리즈를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는 그닥 새로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연작처럼 보이는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도 당분간은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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