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Social Science

<사람입니다, 고객님>, 김관욱

green_rain 2022. 5. 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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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에 이어서 두번째로 읽은 인류학 책인것 같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보고서에 익숙하다 보니, 인류학 보고서가 낯설게(신선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긴 하다) 느껴졌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와 관찰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뭐랄까,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들과 다른 점은 감정적이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을 강요받고는 있는 듯했다. 사회의 한 현상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커다란 측면에서는 다른 책들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서술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불편함. 그 불편함이 생각이 많아지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닌, 감정의 과잉이나 감정의 강요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위치와 인식, 그리고 다른 직업들과 구별되는 노동환경 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잘못을 이야기하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감정노동'이라는 표현으로 인식을 제한한다고 언급되어 있었는데, 그 '감정'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매여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할까. '콜센터 상담사의 직업적 위치를 마치 내가 너보다 나은 위치에서 바라보니 안쓰럽게 느껴지는 구나'라는 입장적 차이가 들게 했다. 이런 느낌은 책의 의도와 모순되는 느낌일텐도 말이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그런 불편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 의도 등은 참 좋다. 특히 '공순이에서 비정규직'의 삶으로, 시간은 변했지만, 노동 현실의 변화가 크지 않은 현장의 모습들이나, 왜 그런 노동이나 직업에서 젠더의 차별이 여전히 지속되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많은 생각들을 갖게 했고, 더 공부해 보아야 할 부분이었다. 또 콜센터의 발상지인 영국이나 콜센터의 성지인 인도와의 비교 분석은 우리나라에서의 특수적인 상황들이 사회적 혹은 문화적 불변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그만큼 변화하기 쉽지 않은 뿌리 깊은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했다.

 

  읽는 내내 가졌던 가장 큰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변화되지 않은 모습에, 무언가 꽉 막혀 있는 듯한 모습에, 그 현실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음에 답답했다. 그 답답함이 조금씩은 해소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더 답답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와 문화는 변하기 마련인데, 변하지 않는 그 모습들에 답답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답답함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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