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Poem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고명재

green_rain 2022. 12. 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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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잘 읽지 않는다. 아니 거의 읽지 않는다. 아니 읽지 못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의미와 공감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저 글자를 눈으로 읽어나가는 것 외에는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시를 읽으며 좋아하는 시들을 공책에 옮겨 적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최근에 시집을 언제 읽었었는지는 정말 기억도 나지 않는데, 추천 도서로 추천한다며 소개되었다. 강렬한 노란색의 깔끔한 표지.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제목이... 와... 정말 오랜만에 한 번 시를 읽어볼까, 하며 같이 소개된 다른 시집과 함께 바로 구매했다.

 

  섣부른 도전이었을까. 여전히 어려웠다. 너무 쉽게 도전을 했나 싶어, 중간엔 평소라면 거의 읽지 않던 해설(여기서는 '발제'로 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읽었다. 그래도 뭐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발제를 쓰신 분이 이 시를 접하면서 느꼈던 그 부분들을 나는 왜 느끼지 못하는 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만 더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시집을 시작하는 '시인의 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와, 시작부터 너무 좋다, 하며 나아갔는데, 거기까지였다. 시집 제목의 시도 기대를 했지만, 이해하기에는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도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이란 시가 있는데,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마도 내가 읽으면서 공감한 유일한 시가 아닐까 싶다. 

 

  내용은 더 할 이야기 없으니, 다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시집치고는 다소 크기가 크다. 뭐 시집이라고 해서 책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학과 지성사'로 기억되는 문지의 시인선이 내게는 가장 유명한 시집 시리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리즈의 사이즈를 손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손에 잡혀 읽기 편했던 그 사이즈 보다는 이 시집의 사이즈가 좀 더 컸다. 그리고 종이도 상당히 얇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종이가 얇아서 뒷장의 글씨들이 비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이즈와 종이 질까지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깔끔한 표지가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그나저나 같이 산 다른 시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는 척 다시 한 번 도전을 해 봐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시도를 해야 하나. 연말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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