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잘 읽지 않아서 평소에 그냥 지나치는 편인데, 추천 도서라면서 이 시집과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추천되었다. 너무나 깔끔한 표지와 제목에 눈이 가 두 권 모두 구입했다. 제목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표지는 이 시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시집의 제목도 왠지 끌렸는데, 그건 드라마 <도깨비> 때문이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데 작년에 정말 우연히 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본방이 끝난지 몇 년이 지나서야 말이다. 드라마를 지나서 보면 좋은 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 3~4일에 걸쳐 다 본 것 같다. 그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대사들이었다. 날이 좋아서, 모든 순간이... 뭐 이런 대사와 그 대사를 하는 배우들의 톤. 왠지 이 시집의 제목에서 그 대사의 느낌과 톤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시집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표지와 함께 이 시집이 더 좋았던 건 시들이었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보다 내가 읽어서 좋은 시들이 더 많았다(정말 개인적이고 단순한 비교이다). 이 시 역시 시인의 말로 시작하는데, 시인의 말이 좋았다. 그리고 <당신은 첫눈입니까>와 <이곳과 저곳 사이>가 좋았다. 연말이라 바빴기에 짧은 시집이지만 해를 넘겨가며 읽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책갈피를 잘못 꽂아 두어 읽었던 시를 다시 읽은 데서 나타났다. 처음 읽었던 그 때 보다 두 번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 느껴지고 좋았다. 그런 시들이 이 시집의 곳곳에 있었다. 그 중의 한 시가 <이곳과 저곳 사이>였다. 눈에 그려지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 내가 예전에 시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시집을 짧은 시간에 자주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렵다고만 하면서 멀어지게 한 것이 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집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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