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Poem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green_rain 2023. 7. 1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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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은 무섭다. 책을 살 때는 그렇지 않겠지만,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흔할 때는 어떤 물건이든 비교 검색을 해보게 된다. 무수한 판매점 중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합리적인 소비다. 알고리즘은 그때 생성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을 찾고 있구나, 하며 쉴 새없이 비슷한 상품들을 추천한다.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지만, 편하기도 하다.

 

  여느 해와 다르게 시집을 많이 읽고 있다. 사 놓고 쟁여두지도 않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더 많은 시집들이 추천되는 요즘이다. 이 시집도 마찬가지의 추천을 받았다. 제목이 역시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사랑과 시는 왜 그렇게 한 몸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사랑 중에 '오래된 거리처럼'이라니... 마냥 멋진 사랑 고백같고, 이상하게 끌리고, 뭔가 느껴지는 데 그걸 어떻게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 놈의 어휘력과 표현력이란... 늘지 않는다.

 

  하정우와 공효진 배우가 나온 영화가 있었다. 제목이 머리 속에서 몽글거리는데, 입으로 나오질 않는다. 기억이 날듯 말듯하다. 여튼.. 그 영화에서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에 다른 단어를 사용하기로 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표현을 '나는 너를 방울방울해' 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그 영화가 떠올랐다. '오래된 거리처럼'이라니!

 

  제목만으로 뭔가 방울방울한 느낌의 시들일줄 알았는데(그런 시들도 있다), 다 그렇지는 않았다. 뭔가 조용하게 무게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슬프고 아픈 시들이 많았다. 시들의 많은 부분에서 세월호 관련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일까. 딱히 꼬집어 표현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읽다 보면 그 날의 일들이 떠오른다. 너무 아픈 기억이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그날 이후>는 한 자 한 자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프고 먹먹했다.

 

  잊어서는 안될 일들을 너무 빠르게 잊고 지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망각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잊혀질만하면 다시금, 또다시 관련된 책들을 읽어 나가야 겠다. 이렇게라도 갑자기 문득 만나면 또 미안하고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그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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