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green_rain 2023. 2. 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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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작가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딱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그냥 처음 읽었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소설은 왜 재밌었을까. 그것도 딱히 생각해보진 않았다. 뭐든 이유를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런 피곤한 일에 발을 애시당초 들일 생각도 없다. 장금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 말했을 뿐이라고.". 재밌는 건 그냥 재밌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책을 읽고 있을까?' 현수동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작가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실존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모델로 삼은 지역들이 있고, 그 지역들에 대한 이야기가 현수동의 바탕이 되긴 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실존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도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오히려 만들어진 이야기이기에 재밌게 읽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었던 것일까.

 

  우선 가독성이 있었다. 보고서를 많이 쓰기도 하지만, 많이 읽기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최근에 부서를 이동하면서 옮겨온 부서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쓴 보고서들도 이럴까,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졌다.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이 딱히 재밌었던 것은 아닌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이유가 가독성이었던것 같고, 가독성은 논리적인 측면과 구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내가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가 논리적이었고, 구성, 즉 스토리라인의 흐름이 좋았다. 가독성이 좋았다. 그게 내가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였고, 이 책을 좋아한 이유였다.

 

  현수동처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지역에 대해 추가적으로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나 지역을 좋아하고는 있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그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를 가 보고 싶은데,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그런 공간들이 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 정도를 해 봤을 뿐이다. 장강명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공간에 대해서 무언가를 주장할 권리는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아직은 또 핑계거리만 늘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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