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또 __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green_rain 2023. 9. 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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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나온 글로 시작하려 한다. 224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오래 좋아했던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이제 그만 작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그중 어떤 작가는 신간이 나오면 여전히 다시 찾게 된다. 그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점이 유지되면, 비록 나와 맞지 않는 점이 발견되더라도 다음 책을 또 사리라 마음먹는다. 그 작가가 주는 것을 다른 작가에게서는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런 작가가 몇 명 있다. 그 작가의 작품을 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두말없이 그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예전에는 두말없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던 작가분들을, 나 혼자 이제 그만 작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조금은 멀어진 작가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신다. 그 작가분의 작품을 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두말없이 여전히 그 작가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가분들. 그 분들 중 한 분이 은희경 선생님이다.

 

  처음 만난 선생님의 소설, <새의 선물>을 읽고 선생님의 글과 무언가 코드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시크하면서도 유머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와 스타일이었다. 그 후로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 보고, 신간이 나오면 또 꾸준히 만나고 말이다. 책으로 출간된 선생님의 글들은 모두 다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서두처럼 내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 시크하면서도 유머스러웠던 글들이, '아, 선생님. 여기서 그런 개그감은...' 싶을 때도 있고... 세련되면서도 무언가 내 감정 같았던 글들이, 오래전에 썼던 나의 일기를 보듯 민망하고 부끄러운, 무언가 옛스러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 그러면서 문득 문득 이제는 헤어질 때가 온건가, 싶었는데, 딱 저 문장과 글을 만난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 선생님의 책은 "또 __ 못 버린 물건들"이 되었다. 

 

  이 책은 선생님이 갖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글이다. 개인적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쟁여두는 스타일인 내게, 선생님도 비슷한가, 비슷하다면 선생님은 어떤 물건을 곁에 두고 지내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들을 모아두고, CD를 수집한다. 좋아하는 만화책들을 다 갖고 싶지만, 가장 애장하는 만화 시리즈 2종류만 하기로 했다. 선생님처럼 술을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술과 마찬가지로 술잔은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제목에서는 사실, 그래서 그 물건들을 다 버리거나 정리될까, 싶었는데.. 그런 글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 읽고 난 후에는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을 돌아 보았다. 그러면, 나는 정리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갖고 있는줄도 몰랐던 새로운 물건들만 더 만났을 뿐이다.  

 

  끝으로,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미안함을 적어본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끝과 끝으로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여름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 강남 교보문고에서 은희경 선생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어떤 소설의 출간 기념행사였던 것 같은데, 소설은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 있는 선생님의 책들을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넘게 달려 교보문고에 갔다.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까지 찍었던 기억이 나는데, 온 몸이 땀에 쩔어서 너무 죄송했던 기억이 난다. 독자로서의 예를 갖추지 못햇던 것만 같다. 너무나도 죄송했다.

 

  두말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 은희경 선생님. 어서 또 다른 글로 만나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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