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다. 단순히 책을 오래전에 사둔 책부터 읽어야겠다, 싶어 잡은 책이었다. 보고서나 전공 서적에 익숙해진 내 독서는, 그림이나 사진 없이 글자로 빽빽한 책이 이제는 좀 낯설게 느껴지지 시작했다. 자간은 또 왜이리 촘촘한 거야, 라는 불평이 막 시작될 즈음 다른 생각들은 이내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 책! 맞아, 난 소설을 좋아했었지!!!
'파과'? 무슨 뜻이지? 왠지 불교 용어 같은데, 어떻게 구입을 하게 된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사 두어 책장 한 켠에 있던 책이었다. 소장하고 있는 책목록을 보다가 상위에 랭크된 책 중 하나여서 고른 책이다. 다른 종교에 대한 특별한 배척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읽기 전에 뜻부터 찾아 봤다. 내가 생각하던 뜻은 아니다.
작가분도 처음 접하는 분이다. 왠지 남자일 것 같은 이름이었으나, 표현력이라던지 문체가 약간은 내 생각과 다르다고 느껴졌다. 리뷰를 쓰면서 본 작가님은 여자분이셨다. 뭐, 소설을 읽는데 굳이 성별이 중요한 것도 아닌데, 미리 성별은 왜 짐작하게 되었을까(일종의 선입견들로 자리할까 일부라도 지양할 생각이다). 리뷰를 쓰면서 드는 또 하나의 생각. 책이 출간된지 좀 된 건 알겠는데, 표지는 왜 바뀌었을까. 리커버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담배를 문 짧은 머리의 사람인 표지가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화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미 뮤지컬로 작품화가 된 듯 하며, 곧 영화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탄탄하고 글이 그림으로 그려지는 걸 보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읽는 내내 특정한 부분들에서는 뭔가 <길복순> 영화가 장면 장면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다만, 주인공의 나이가 맞지 않아, 나름의 배역에 맞는 연기자분들을 매치해 보았으나 생각보다 딱 어울리는 분들이 생각나진 않았다.
책으로 돌와 오면, 60대 여성 킬러에 대한 이야기이다. 킬러의 삶 속에서 이제는 사라졌을 것만 같은 감정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간다. 이야기의 구조도 탄탄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힘도 대단하다. 뭔가 많이 보아왔던 장면들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신선함이 예상되는 부분들에 다른 긴장감을 불어 넣는 듯 하다.
강렬했다. 책을 잡고 놓기가 아쉬웠던 재미가 언제였었던가. 무언가를 읽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요즘이었다. 나이탓으로 돌리면, 이내 다른 부분들에서도 집중력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조금은 무서웠는데, 다시금 집중력은 나이탓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했다. 너무 너무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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