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가 잘 읽히지 않는 것은 이야기, 즉 서사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 무언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이 곧 '소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대부분 소설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꼭 이 시리즈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소설을 좋아함에도, 이 시리즈,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제 7번이다.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 심하다. 대학에서는 영어를 좀 공부해 보고 싶어서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목적과는 달리, 영어영문학은 영문학 비중이 강하다. 그래도 문학을 좋아해서였는지, 나름 영문과 수업은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영미비평 수업으로 기억되는데, 영어로 된 이 책의 원서를 읽었다. 어느 한 부분을 읽었지만, 그 수업 중 또 하나의 소설이었던 <율리시즈>와 함께 참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수업에 읽었던 그 어떤 책이 안 힘들었을까.
여튼 제임스 조이스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인 조셉 콘래드도 그렇고, 내게는 너무 힘든 작가들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힘들다. 영어와 한글의 문제도 아니다. 한글로 번역된 이 책도 어렵다. 문장과 문단이 길고,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들며, 이야기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이 책은 아마도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식민지에 가해지는 폭력성과 미지에서 오는 공포, 그 공포가 사실은 폭력에 저항하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영화의 의미있는 메시지와 함께 원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원작을 지금 읽었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책은 내가 읽기에 너무 어렵고 힘이 들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내게 과제처럼 남아 있다. 그렇다고 7권까지의 책들이 모두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동물농장>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재미있었다. 이어지는 8권은 다시 내가 읽기에 힘들지 않는 문학이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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