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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참 멋있다. 사진과는 아주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는 스케치라고 표현하는, 그림들을 좋아한다.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좋아한다. 쉽게 그린듯 보이지만, 절대로 쉽게 그릴 수 없는 그림들이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서, 작은 노력들을 해 보지만 내가 그리는 그림들은 1차원적인 도형에 가까울 뿐이다.
그림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내용은 이전에 읽었던 권기봉님의 <도시산책>과 비슷하다. 서울 중요 지점들을 돌아다니며 소개하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소개가 이루어지는 곳과 그 주변 풍경들을 스케치한 그림들이 함께 한다. 관광지 혹은 본래 그 장소로서의 의미에 대한 고찰과 함께,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오며 이루어진 공간 및 주변 환경들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다. 모든 변화들을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을 겪고, 개발 경제에서 밀려난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목 역시 좋다. 그냥 서울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그린다. 과거의 모습이 스케치에 투영되기도 한다. 현재의 모습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본다. 실제로 그림 속에서 저자가 상상한 옛 모습들이 나타나곤 하는데, 그 모습들이 과거의 실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과거의 '시간'이 그림으로 재현되는 듯 하다.
마지막 저자의 말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해서 조카와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나온다.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왜 그럴까. 실제로 40이 된 지금 나의 시간과 작년의 내 시간은 다르게 흐른 느낌이다. 요즘 나의 하루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나보다 어린 사람과 나의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 그런데 왜 내 시간만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 것인가. 경험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보다 많이 살면서 겪은 경험의 차이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게 한다. 하지만 어린 사람들에 비해 포기할 수 없는, 해야만 하는 일들 또한 많아진다. 적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하루의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혹은 더디게, 어쨌든 흘러간다. 서울은 또 변할 것이다. 어쩌면 다음 주에 서울에 갔을 때, 내가 알던 부분들이 변화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변화는 없었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했었던 서울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다양하고 관심있게 서울의 모습들을 살펴 볼 생각이다. 서울에 있는 시간들을 의미있게 저장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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