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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내는 곳은 세종특별자치시다. 근무처를 따라 이동했다. 처음 내려왔을 5년전과 비교해보면, 이곳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는 곳이다. 신도시가 모두 그렇겠지만, 이곳은 그 어느 신도시보다 발전 속도가 빠른 곳일 것이다. 아마도 행정기관이 이전을 한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곳에서 지금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시즌 1의 한 편 밖에 보진 못했지만, 재밌었던 <알뜰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이었나 보다. 띠지의 광고를 보면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게 소개가 된 듯하다. 건축과 도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무지개떡 건축'은 처음 듣는 용어였다. 이름만으로는 개념 잡기도 힘들다. 이 책 저자의 전작이 <무지개떡 건축>이다. 이 책에서 이 개념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개념을 몰라도 읽다보면 직주근접(職住近接) 개념의 건축론임을 알 수 있다.
정재승 박사님의 추천 말을 보자. "과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 도시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직주분리', 즉 일터와 삶터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하루 2시간 이상 소모되는 출퇴근의 피로와 스트레스, 교통 혼잡과 매연으로 인한 환경 파괴, 탄소 에너지의 지나친 소비까지. 도시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은 심가하게 망가졌다. 새로운 도시문명을 건설한다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 직주분리 문제다."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2시간 이상 소모되는 출퇴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출퇴근을 합쳐 30분 정도인 지금과 비교하면, 직주근접의 삶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하진 몸소 경험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삶의 시간이 충분히 늘어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무지개떡 건축이 바로 이런 것을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일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신도시이다 보니, 생활권이 서울처럼 넓지 않다. 가장 외곽지역에서 다른 외곽지역으로 이동한다 해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곳에서 상가아파트라는 무지개떡 건축이 큰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종시도 큰 도로에 면해 있는 건물은 상가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저층에 상가가 자리하고 고층은 주거가 자리한 건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도시 자체가 크지 않은 경우에 이런 건축물들이 직주근접의 개념에는 부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상가들은 거의 대부분 자영업자들이다. 일반적인 회사원들의 직장이 상가아파트의 상가에 위치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건축을 잘 모른다. 내가 무지개떡 건축을 잘 모르기에 이해를 잘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을 생각해 볼 때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밀집한 강남과 종로 주변들에 상가아파트가 효율적일지는 모르겠다. 주거로 생활하는 공간에 자주 이용하는 상가들이 있는 것은 분명 편하고 좋은 일이나, 그것은 직장은 아니다. 하물며 가족이 살고 있는 경우에 가족 구성원들의 삶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그렇고, 주변의 녹지 환경들이나, 공원 여부 등도 말이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가아파트'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내가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건축의 한 측면에 대해서 알게되었다고 할까. 직주근접의 삶이라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 같은 미디어로도 제작되어 노출되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북한의 사례가 등장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속 '상가아파트'를 알고 싶었다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살펴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자료와 정보가 중요한 책인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사례를 한 챕터로 넣은 것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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