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언제 처음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본 게 고등학교 때로 기억이 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은 훌쩍 지났다. 그 기간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어느 곳에 답사를 다녔었던가.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변화는 있었을까. 여전히 답사가 아닌 여행을 하고 돌아다닌 것은 아니었을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서 여행만 하지 말고 답사를 가미하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이 나온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그와 함께 서평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인기 시리즈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을 것 같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여를 했는데, 운이 좋게도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올 택배가 없는데... 하며 나갔는데, 이 책의 가제본이 들어 있었다. (종이 봉투에 담겨 있었는데, 배송되며 봉투가 너덜너덜 했졌다. 출판사에서 다음 비슷한 이벤트에는 이 부분을 좀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 대본 리딩 장면 사진에서 보면 대본처럼 생겼다. 처음 보는 가제본이라 신기하고 멋있었다. 회사 주위 동료들의 관심도 끌었다.
명불허전. 이 책의 소제목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재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모두 다 재밌듯, 이 책도 재밌다. 우리나라처럼 내가 가 본 곳이 나올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재밌다. 여행을 준비하며 보는 여행 안내 책자가 재밌듯이 말이다. 물론 내가 가 볼 곳은 아니지만, 옛 이야기들과 문화유산들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더해져, 여행 안내 책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재미가 더해진다.
<삼국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등장인물과 지역 등이 무척 방대하다. 유명한 인사들이나 지역이 아니면 기억으로 남기기도 힘이 든다. 이 책도 중국 이야기다. 내용이 방대하고, 지역도 넓다.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답사기이며, 1권은 하서회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답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관중평원을 지나 하서회랑, 저자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돈황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긴 여정에 비해 도시들 간의 이동시간이 길어서인지 중간 중간 끊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륙에서 전해지는 방대한 서사시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답사기를 시작하며'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듯, 동아시아 일원으로 중국 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유물들과 우리나라의 문화를 비교하는 부분들이 좋았다. 석굴을 비롯해서 불교 문화재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어 몰랐던 '돈황학'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재밌었다. 어느 곳을 여행해도,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들 보다는 자연속에 자리한 것들을 더 좋아한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부분들이 자연과 함께 되어 있는 유물들이기에 더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제본으로 출간되기 이전의 책을 미리 읽고, 미리 읽은 책이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라서 더 좋았다. 다만, 멋있는 가제본이지만, 막상 읽기에는 불편했다. 완성된 편집본이 아니어서 오탈자 역시 눈에 들어 왔고, 가장 중요한 첫번째 '하서회랑' 지도가 인쇄되어 있지 않았다. 답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도인데, 그것도 처음 답사가 진행된 루트를 볼 수 있는 지도가 인쇄되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또한 사진이 칼라였으면 더 보기에 좋고, 내용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을 것 같다. 아마도 최종본에서는 이 모든 부분들이 수정될 것이다. 책으로 만나는 독자들은 가제본으로 읽는 것보다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답사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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