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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Language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by green_rain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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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 시작이 어렵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너무 공감하는 말이다. 쓰는 일 자체가 어렵지만, 쓰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첫 문장을 쓰기까지가 제일 힘들다. 쓸 일이 많지는 않다. 글 쓰는 일이 직업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 많은 편도 아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기회도 많지 않다. 쓰는 일이라곤 책을 읽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과 1년에 한 번 정도 될까 말까할 논문 쓰는 일이다. 그래도 첫 문장이 잘 써진 느낌의 날은 글이 길어진다. 나중에 쳐 낼 지언정 한 단락도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 모든 것은 첫 문장에 시작한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많이 읽어 갈수록 글을 쓰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도 어렵다. 말만 많을 뿐 두서가 없다. 말에 두서가 없다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그런 말들은 듣기 힘들고, 글로 표현된다 해도 읽기 어렵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을 블로그에 남긴다. 읽고 나서는 크게 좋았던 책과 그렇지 않았던 책들로 양분한다.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였는지 모르는 책들이 후자에 속한다. 그것은 책의 내용이 어렵거나 쉬운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저녁에 간신히 육아에서 잠깐 나와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다음날 아내가 묻는다. 그 시간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건 과음으로 필름이 끊긴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이 있다. 읽어 보진 못했지만, 유명한 책이다. 그래서 저자에 대해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은 뭔가 있어 보였다. 꼭 읽어 봐야지 하던 차에, 이 책의 서평단 모집 글을 봤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쓸 일이 많지는 않지만, 잘 쓰고 싶었다. 글 쓰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만 봐서는 글쓰기에 뭔가 좀 쉽게 접근이 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은 글 쓰기보다 말하는 걸 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내가 느끼기에(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비슷하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뿐이다. 다만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일이 보통은 더 적게 발생하기에, 글쓰기를 더 어려워 하는 것 같다. 문어체와 구어체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춰보면, 이 이론이 정확하게 들어 맞지는 않는 것 같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반대의 경우도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말을 못하는 사람들은 대게 글도 잘 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어느 한 쪽만 잘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기 생각은 확실하다.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못 써도, 반대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못해도 자신의 생각에 확신은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에 혹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 다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혹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논리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책은 여섯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각 챕터의 끝에는 그 챕터의 쓰기에 해당하는 말하기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즉, 글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제목처럼 말하기를 연결한다. 말하듯이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쓰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글쓰기에 대한 태도, 무엇을 쓸 것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 왜 쓰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구성이 짜임이 있어 읽기 편하고 좋다. 다만, 자기계발서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좀 길고 많은 편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맞는데,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380페이지에 달한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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