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Travel

<어반스케치 인 산티아고>, 차지원

green_rain 2021. 2. 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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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그랬다. 우리는 여행을 다니곤 했었다. 코로나가 작년 이맘때쯤 우리 나라에도 시작되었던 것 같다. 1년여의 시간을 마스크와 한정된 공간에의 머무름으로 답답하게 지내면서 그 이전의 삶들이 얼마나 오픈된 생활이였었는지를 깨달았다. 대학의 한 여름방학 기간 중 꼬박 2달을 유럽으로 갔었던 배낭 여행, 등산 초보 주제가 신문 기사 하나만 보고 홀로 2박 3일 동안 종주 했었던 지리산, 해마다 산을 좋아하는 형, 동생과 함께 했었던 등산들, 가정을 꾸리고 가족들과 해마다 가던 제주도 여행까지... 모두가 그리운 시간들이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코로나 이전에 활발하게 유행하던 여행지 중의 하나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순례길 중 한 마을에 민박집을 꾸려 운영을 할 정도였으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유명해진 관광지였던 셈이다. 유명해지기 전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긴 했었는데, 너무 유명해진 이후에는 갈 생각을 조금씩 접곤 했었다. 이렇게 코로나로 발이 묶일줄 알았다면, 그런 마음일랑 먹지도 않았었을 텐데 말이다. 사람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계획은 바로 바로 실천해야 한다. 내일은 무슨 일이 어떻게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사진보다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그림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갖고 있다. 최근에는 태블릿에다 그리는 그림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연필이나 색연필로 종이에 그리는 그림들이 좋다. 그러다가 '어반 스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 책을 본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은 제목에 있는 '어반 스케치' 때문에 바로 선택을 했다.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산티아고 아닌가. 지금은 갈 수 없는 내가 목표했었던 여행지 말이다.

 

  저자는 소개를 보니 원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것 같다.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상 디자인 관련 일을 해 왔다고 한다. 그림이 좋았다. 그림만 좋았던 건 아니다. 글도 몰입도가 있고 술술 잘 읽힌다. 다만, 너무 여행기 같다는 느낌이다. 일반 여행기 서적이나 조금 약간 감정이 많이 섞인 블로그 같은 느낌이랄까. 풍경이나 걸으면서의 사색들 보다는 길이나 건물 안내 등이 많다. 여행 안내서가 아니기에 지도가 없이 지명과 도로, 건물들 이름이 글로만 나열되면 그 곳을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느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냥 글자만 읽게 될 뿐이다. 저자가 여행의 막바지로 갈수록 생각이 없었졌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랬다. 그래도 매일 그렸던 그림들은 그 어떤 여행기들에서 보았던 멋진 사진들 보다 더 큰 감정들이 일게 했다. 그림만이 주는 아련함이라고나 할까.

 

  저자가 걸었던 순례길 코스는 800km에 달하는 한 달여의 일정 코스였다. 긴 시간 먼 거리를 걷는 다는 것. 2달여 동안 많이도 걸었었던 대학교 때의 배낭여행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길게 가족들과 떨어져 오로지 홀로 지냈던 경험. 외로웠고 그리웠다. 여행 막바지에는 그리움들이 간절했지만, 인천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그리움의 대상은 여행지로 다시 향하며 아쉬움으로 변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자의 막바지 느낌에서 나의 그 경험이 생각났다.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는 그냥 마냥 그리울 뿐이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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