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Parenting

<방구석 랜선 육아>, 온마을

green_rain 2021. 3. 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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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는 힘들다. 아이들이 예쁜 것과는 별개로 육아는 힘들다. 이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예쁜 아이들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나도 선뜻 무조건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하물며 난 아빠다. 입덧을 알지 못하고, 배가 무거운 느낌, 출산의 고통도 알지 못한다. 선택할 권리조차 내게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대도 육아는 힘들다. 아내는 그렇다면 얼마나 더 힘든 것일까.

 

 첫째도 그렇고 둘째도 그렇고 아내는 입덧이 심했다. 잘 먹지도 못했지만, 먹은 것도 토하기 일쑤였다. 곁에서 보는 나도 힘들었다. 잠투정도 심했다. 6개월정도까지는 거의 안아서 재웠고, 새벽에 깨면 다시 안아서 재웠다. 둘째는 새벽에 안아서 재우다 소파에서 안은 채로 앉아서 잤다. 그렇게 나의 허리도 망가졌다. 임신과 출산까지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육아는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육아를 돕는다는 표현조차 육아의 주체가 엄마라는 인식이 있다. 육아를 함께하고 싶었다. 많은 부분을 말이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나의 육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비교하기도 당하기도 싫어 그냥 열심히 하자고 했다. 코로나 시대다.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날이 더 많아졌고, 재택근무도 많아졌다. 육아 시간도 길어졌다. 육아는 어려운 동시에 힘들었다.

 

  언택트 시대다. 그러나 육아는 언택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찾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언택트 시대의 육아서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육아서라기 보다는 육아 모임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온마을은 육아 모임인 '온마을'에서 왔다. 선생님들의 인터넷 모임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이 육아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의 9명이 함께 쓴 육아 모임에 관한 책이다.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어떻게 운영이 되었는지, 육아로 힘든 엄마들이 모임을 통해서 어떻게 위로를 받았는지 등이 서술되어 있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아이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별성은 두드러진다.

 

  대디라서, 아빠라서 그런 것일까. 나는 맘카페도 모르고, 엄마들의 모임도 모른다. 물론 아빠들의 모임 같은 것들에도 관심은 없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하원 시키다 같은 반 아이의 아버지와 친해져 자주 만난 적은 있었다. 육아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도 나눴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아빠는 나보다 더 육아에 헌신적인 아버지였다.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이었지만, 존경심이 생겼더랬다.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은 만나기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는 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육아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 육아로 인해 힘든 부모들의 이유는 대게 비슷해 보인다. 그 이유들이 모임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나는 쉽게 이 책의 내용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아이가 생기고 육아가 시작되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만나던 친구들을 못 만나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던 그 시간들이 줄었다. 친구들 좀 못 만나도 된다. 책 안보고, 음악도 안 듣고, 술도 안 마셔도 된다. 그냥 나만의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유가 사라지고 매사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시간도 다시 회복되어 간다. 그 회복된 시간을 모임에 할당해야 한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내용들을 쉽게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육아는 내가 아닌 아이에게 초점을, 그래서 아직 육아서는 내가 아닌 아이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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