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istory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 김태권 외

green_rain 2021. 8. 1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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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 달에 4권 정도 구입하는 편이다. 인터넷 서점들에서 보내주는 스팸같은 메일링 서비스를 그래도 빠짐없이 보는 편이다. 특히 신간들을 주목해서 보는 편인데, 이 책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소개되는 신간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가 구입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운 좋게 서평단 모집에 뽑혔다.

 

  제목에서는 뭔가 빌 브라이슨의 책들이 연상되었다. 빌 브라이슨의 책들은 내게 호와 불호를 같이 주어 왔기에, 제목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표지의 디자인인데, 현대사 제목에 통닭이라니... 궁금했다. 차례를 보았다. 이런 이런. 이건 뭐 안 읽어볼 수 없겠는데? 36가지의 현대사 장면들 중 내 눈에 들어온 제목들과 실제로 재밌게 읽었던 장면들이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전광훈과 대형교회', '봉준호 vs 박찬욱', '피씨통신', '잡스와 애플', '베스트셀러'. 2부에서는 '<한겨레> 역대 칼럼리스트 1, 2편', '노무현', '김대중과 이희호', '노회찬', '홍준표와 김종인'. 3부에서는 '강남아파트', 'IMF', '삼성과 이건희', '삼성 휴대폰', '기아차', '현대차와 정몽구', '한컴과 이찬진', '에스엠과 이수만', '인터넷 1세대 3인방'. 4부에서는 '신 교수 사건', '고대 이대축제 난입', '생리대 광고', '엘지비티'.

 

  다만 저자가 많다는 것이 또다른 나의 노파심을 자극했는데, 저자가 많아서 내용이 좋았던 책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2인을 넘어가는 저자의 책들은 잘 선택하지 않는다. 이 책은 김태권님이 대표 저자이다(가장 많은 현대사 장면을 작성하기도 했다). 김태권님 외에 강나영, 구본권, 권석정, 권일용, 김선관, 김성경, 김영준, 김재섭, 김진철, 박수지, 박찬수, 서한나, 이봉현, 이요훈, 이은희, 이정연, 전명윤, 정지훈님들이 공동 저자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의 저자들이 왜 많은지,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많아서 책 선택에 고민이 있다면, 서문만이라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표지에서 뭔가 B급 정서가 가미된 재밌는 현대사를 기대했다면 그런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깔깔 웃는 재미의 책은 아닐지라도, 앞서 언급한 제목들의 현대사 장면들을 읽으며 꽤 재밌었다. 빌 브라이슨의 책들이 제목에서 연상되었지만, 빌 브라이슨의 책들과는 달랐고, 그 다름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다. 읽고 보니 부제가 정확하게 내용들을 반영한다고 생각되었다. '우리의 오늘을 만든 작고도 거대한' 현대사의 장면들이 나열되어 있다. 어쩌면 세대가 달라서 공감이 떨어지는 장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딱 나에게 맞는 장면들이 나오는 걸 보면, 지금의 내 나이때 세대들에게 어울리는 현대사인 듯 하다.

 

  지금의 '코로나19'야 전세계 모두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공감을 가질 것이고, '전광훈과 대형교회'도 대형교회를 다녔던 나에게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준 현대사 장면이었다. '봉준호 vs 박찬욱'은 좋아하는 영화 감독들이고, '피씨통신'은 하이텔과 나우누리를 썼던 경험자였다. '잡스와 애플'은 한때 애플빠 였기에, '베스트셀러'는 책을 좋아하는 1인으로써 공감하며 읽었다. '<한겨레> 역대 칼럼리스트 1, 2편'은 박완서님을 비롯한 반가운 분들을 볼 수 있어서, '노무현'과 '김대중과 이희호', '노회찬', '홍준표와 김종인'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알게된 분들의 이야기라서 재밌게 읽었다. '강남아파트'와 'IMF'는 경제를 전공한 전공자로써, '삼성과 이건희', '삼성 휴대폰', '기아차', '현대차와 정몽구'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재테크의 관점에서 읽었다. '한컴과 이찬진', '에스엠과 이수만', '인터넷 1세대 3인방', '신 교수 사건', '고대 이대축제 난입', '생리대 광고', '엘지비티'는 개인적인 관심사로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마음에 여유가 없는 탓인지, 책이 크게 재밌지 않았다. 선택의 잘못도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와중에 큰 재미를 준 책이다. 올 해 어떤 책들을 읽어 왔는지, 독서 목록을 보기 전까지는 기억에 남는 책들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아마도 연말에 가서도 올 해 읽었던 책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재밌는 책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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