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책을 선택하는 데 제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보자. 사람들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제목의 영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제목은 쉬이 뿌리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이야기 형식의 역사책을 좋아하고, 특히나 미술과 관련된 역사책을 좋아한다. 이 책도 제목에 이끌렸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목에 비해 내용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포장에 비해 부실한 내용과 맛이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못하는 영어지만, 원제를 봤다. <Atlas of Forgotten Places>. 그럼 그렇지. 역시 제목이 잘못되었다. 폐허가 된 장소들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에 '인류의 흑역사'라는 제목을 붙이다니. 그래, 물론 인류의 잘못으로 폐허가 된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 그러나 모든 장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사진으로 접한 폐허들이 그저 마냥 스산하고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한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장소들과 얽힌 역사들은 모르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았다. 아니 거의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었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이 전해준 어떤 느낌들의 발현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여러 장소들이 그 반복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폐허가 반드시 인류의 잘못된 흔적은 아니겠지만, 그런 반복으로 폐허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은 정말 흑역사로 기록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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