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처음 보았을까. 이 만화를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초등학생 때였을 것 같은데, 나치의 상징과 함께 쥐로 표현된 사람들의 모습이 꽤나 우울하게 다가 왔었던 느낌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그림체도 아니고, 글도 무거웠기에 읽었던 기억은 없다. 그저 무서웠던 그림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데에는 기억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큰 몫을 했을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한 국가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교육 환경이 많이 변화되었을 것 같은데,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수업 시간에 토론을 했었던것 같다. 분단의 아픔을 겪던 국가들 중 이제 우리나라만 남았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뭐 이런 주제로 발표를 했었던것 같은데, 그때는 어딘지도 모르는 베를린 이라는 곳, 독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저 전쟁과 분단 상황에 대한 같은 경험을 간직했었다는 느낌밖에는 말이다.
대학교 때 처음 해외에 나갔었다. 그저 배낭여행을 간다는 들뜬 마음이었을 뿐,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여러 도시들에 머물렀다. 그저 박물관이나 성당을 보았을 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 보았던 성당과 미술관, 박물관들일 뿐이었다. 베를린도 가보았고, 장벽이 있던 자리도 보았다. 그렇지만, 초등학교때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안내 책자에서 보고 한번 가볼까 했던 곳일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왜 그렇게 모든게 그냥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 것일까. 이 책도 그래서 선택을 했나 보다. 어릴 때의 기억과 함께 전쟁에 대한 무서움 말이다.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다. TV나 매체에서 보여지는 전쟁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파괴하는 행동들 앞에서, 그런 일들이 지구의 한 켠에서 일어나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 하루를 지내는 모습 속에서 나를 생각해 본다. 어릴때도 지금도 나는 그저 그렇게 주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고 있구나, 무서웠다.
이 책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실제 경험담을 아들이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무섭도록 사실적인 이야기는 경험에서 오는 현실감일 것이다. 또한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른 부모와 자식 간의 차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것 같다.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짐이 다만 전쟁이라는 상황으로만 회피할 수 있는 것인지, 돌아보며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 항상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데?' 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같은 질문을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해 보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심을 늘려가기만 하면 되는가. 나라도 인류애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무서운 질문이다. 답은 언제 어떻게 구해질지 모르겠다. 그래서 읽어 나가고 있는 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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