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리뷰는 철저하게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와 비교되는 리뷰임을 먼저 밝힌다.
양정무 선생님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난처한> 시리즈로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했다. 미술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 중에서도 회화 작품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미술에 대한 책들도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예전에 처음 접했던 한젬마님의 책부터 시작해서 이주헌 선생님의 책들을 좋아했다. 그러다 <난처한> 시리즈를 보게 되었는데, 최근 6권까지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
양정무 선생님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는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다. 신청을 했는데, 또 운이 좋았다. <벌거벗은 미술관>. 제목과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리뷰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제목과 같다. 양정무 선생님의 책을 <난처한> 시리즈 밖에 읽어 보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시리즈에 대한 좋은 인상이 강하게 있었던 탓에 이 책을 읽으면서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고전에서 시작한다. <난처한> 시리즈가 고대부터 미술의 흐름을 시간 순서로 엮어나가는 시리즈 이기에, 한 권짜리의 단행본으로 출발이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에 대한 이미지를 다르게 해석하는 해설이 좋았다. "절대적인 '미'의 세계가 있다는 신념. 미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이 착각이나 허상일 수 있다"는 설명이 눈에 밟힌다. 그러면서 '고전미술의 현대적 영향력과 미에 대한 열린 생각에의 존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
문제는 2~4장이었다. 내가 미술에 대해 잘 안다는 가정하에 책을 집필한다면, 한 권의 미술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기존에 읽어온 미술 관련 책들은 일련의 흐름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미술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도 미술에 대한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1장에서의 흐름이 2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각 개별적인 느낌을 준다. 뒤쪽의 참고문헌 부분을 보니, 각 파트들은 이미 어디선가 발표된 내용들을 보완한 것이었다. 개별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였다. 각 부분들을 다른 이야기로 보면 될 것을 괜한 트집을 잡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처한> 시리즈가 시간적 흐름 안에서 미술과 미술사의 재미를 함께 주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글은 양정무 선생님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쉽게 설명해주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신 것 같다. 미술관에서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랄까. 자꾸만 다른 출판사의 다른 책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난처한> 시리즈가 재밌는 이유를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선생님의 이야기 능력이다. 다만, 가장 기대했던 4장 '미술과 팬데믹' 부분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간단하게 끝맺어서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 미술에서 명작이나 걸작으로 대표되는 작품들도 작가의 실수가 반영되어 있고, 이를 작가의 고민과 인간미로 보면 미술이 더 폭넓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을 리뷰로 적었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끝까지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떤 작가든 대표작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대표작과 다른 작품들이 비교가 될 것이다. 그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읽는 내내 따라 다녔다. 아직 나는, 어떤 것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으로 인한 착각이나 허상이 열린 생각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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