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해 먹는 사람들은 안다. 퇴근하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오늘은 또 뭐 먹지?' 이다. 걱정없이 부모님이 해 주시는 음식을 먹을 때가 좋았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아 잦은 술자리가 있는 경우도 좋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런 삶은 가끔 찾아오는 축복같은 시간들이었다. 남이 해준 밥은 약간의 불평이 섞이더라도 좋았다. 아니 편했다. 회사 식당 밥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훌륭한 요리사도 아니다. 난 그저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평범한 남편이고 아버지일 뿐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퇴근하면서의 걱정은 대부분 아이들 식단이다. 요리는 대부분 아이들 저녁을 이야기한다. 아이들 저녁 후에 나와 아내는 있는 반찬으로 대충 먹거나, 냉동 식품이나 라면, 가끔은 시켜 먹는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가끔 아이들 요리를 많이 해서 같이 먹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다 보니 퇴근 후 아이들 요리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된다. 내가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왔던 요리사들도 아니고, 기다림이 짧은 아이들에게 15분 정도로 해 줄 수 있는 요리가 나에겐 많지 않다. 몇 가지 요리로 돌려 막는 기분이랄까. 아이들은 입맛도 까다롭다. 툭하면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해준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의 맛을 떠나서 가슴 후벼파는 말들이다. 돌려막는 음식들은 그나마 아이들이 가장 잘 먹는 것들이고, 대부분 볶음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을 찾듯 이 책을 만났다. 결혼 후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요리 관련된 책들을 일부 사 보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이유식이나 유아식 관련 책들도 몇 권 사서 보긴 했었다. 이유식과 유아식 단계를 넘어선 요즘, 새로운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은 2만원으로 시작하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서평단에 뽑히는 운도 있었지만, 서평단이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아직은 저염식으로 준비되는 아이들 음식과 비교하면, 이 책에 소개되는 반찬들이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진 않다. 소개되는 반찬에서 간을 좀 줄이면 되는 문제들이고, 무엇보다 책이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마트를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충 몇개 담아도 2만원은 훌쩍 넘는다는 것을 말이다. 가족 단위를 겨냥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좋은 기획이다. 구성도 좋다. 제목처럼 1주일 단위의 식단과 함께 냉장 보관 기간까지 친절한 설명이다. 또 계절단위로 묶어서 진행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마트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식재료를 언제든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제철 음식이 있고, 계절에 맞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책이다. 예전엔 가지 수가 많은 식단이 좋은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가지 수가 많은 요리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하고 싶은 요리의 레시피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그런 시대에 좋은 기획으로 깔끔하고 알차게 구성된 책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뭐 먹을지 조금은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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