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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배순탁

green_rain 2021. 12. 3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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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은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제목이 책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선택에 확신을 갖기 위해 작가도 보고, 목차도 본다. 가끔은 출판사가 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전적으로 작가의 이름이 책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악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경우엔 거의 항상 음악을 틀어 놓는 편이다. 출근을 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음악을 트는 것이다. 팝을 가장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은 가요를 듣기도 하고, 쇼미더머니 시즌엔 힙합 위주로 듣기도 한다. 최근엔 남무성님의 신간을 읽으면서 재즈를 듣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 경우엔 주로 동요를 듣긴 하지만, 그마저도 간헐적이다. 혼자 출퇴근하거나 운전 시간이 길때면 라디오만 듣는다. 운 좋게도 오후 6시 이후에 혼자 운전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조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청취한다. 무조건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을때면 작가의 이름을 한번씩은 듣게 되었다. 배순탁. 그 프로그램의 작가 이름이고 이 책의 저자다. 임진모님과 함께 배철수 형님(<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모든 남성 청취자들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배철수님은 형님이다)에게 항상 꾸사리(?)를 먹는 1인이 배순탁 작가다. 들을 때마다 배철수 형님의 멘트에 배순탁 작가의 이름이 한 번은 등장한다. 오늘은 안 나오나 싶으면 엔딩멘트(프로그램 참여자 소개 때)로라도 언급이 되니, 내 말이 맞긴 할 거다. 그래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어느 순간 TV에서도 간간히 모습이 나오는 걸 보면 유명하긴 한 것 같다(난 TV를 잘 보지 않아서 어떤 프로에 등장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 낯익은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건 아마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가 배순탁님 혼자는 아니다. 그리고 디제이의 모든 멘트가 다 작가의 대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선곡되는 노래들이 내 취향 저격인 것도 아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들도 많지만, 앞서 말했듯이 난 그냥 모든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배순탁 작가가 이 책에서 말했듯이, 디제이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디제이의 역할에 대해서 100% 배순탁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뭐 음악과 라디오. 책 선택에 큰 영향을 줬으니 라디오 이야기는 이 정도로만.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평양냉면. 먹어본 기억은 있다. 책에도 나오는 봉피양으로 기억된다. 갈비를 먹고난 후 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면 음식을 좋아한다. 라면, 냉면, 쌀국수, 국수 등. 뜨거운 국물에 말려 나오는 면 음식을 기본적으로 참 좋아한다. 국밥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봉피양에서 먹었던 냉면은 달랐다. 나중에야 냉면이 다 같은 냉면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색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평양냉면도 그런 지역색인줄 알았다. 이렇게 다른 냉면들과 결이 다를 줄이야. 책을 읽은 후에야, 내가 간 봉피양(봉피양은 지방에도 있다)이 책에 등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체인점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레시피를 사용하기에 셰프에 따른 편차가 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냥 나에게 평양냉면은 맞지 않은 면요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처음 이후 평양냉면을 만난 기억은 없다. 아니 그 후에 만날 기회가 있었어도 아마 선택을 하지 않았던것 같다.

 

  가을쯤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난 TV를 잘 보지 않는다. 좀 지난 드라마였지만, 어느 짤방이 너무 인상깊어서 찾아 보게된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 드라마에도 평양냉면이 중요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책의 부제와도 맞는 장면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가 생각났고, 드라마에 이어 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오로지 작가의 이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이었다. 나에게 그때의 미각이 떠오르게 했으며, 다시금 평양냉면을 선택해 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라 그랬던 거야. 다시 도전해보면 너도 괜찮아질거야. 니가 평양냉면을 제외한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외된 음식이 없이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될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거는 듯한 느낌이랄까.

 

  책은 재밌다. 평양냉면만 등장하지 않고, 냉면과 관련되는 음악들, 사회 이야기들을 저자가 맛깔나게 적어놓고 있다. 약간은 시니컬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이든 다른 생각이든 간에, 저자가 소신있게 표현하는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난 나와 맞지 않는 생각들이라도 두루뭉술한 주장보다는 확실한 표현들이 좋다. 자신의 호불호가 모든 사람들과 맞을 수는 없다. 두루뭉술하게 모두에게 맞추기 보다는 다소 이견들이 있더라도 자신의 호불호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과 그 생각들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평양냉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일 것이다. 그런 음식에 대해 소신을 갖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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