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하루키'라는 이유 때문이다. 소설 외에 에세이에서 내가 하루키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던가. 딱히 생각나는 제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거의 매번 구매를 하게 된다. 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딱히 '하루키'라는 이름을 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노르웨이의 숲>과 <1Q84>를 너무 재미나고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음악은 그냥 나오는 대로 듣는다.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그래서 제목이나 가사 등은 잘 모른다. 그저 많이 들었던 곡이 나올 때는 그 음악만 몸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음악을 딱 듣고 가수나 그 음악, 혹은 음반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나 클래식 음악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떻게 좋아하고, 얼마나 들었기에 클래식 음악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특히나 같은 음악을 누가 지휘했는지, 피아노나 바리올린, 악기의 특성들을 짚어가며 비교하는 식견까지 갖췄을 때의 그 신기함이란.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다. 경탄할 뿐이다.
하루키가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호가라는 것은 어딘가에서 읽어 이미 알고 있었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서 자주 봐온 음악에 대한 서술들은 아마추어 이상의 전문적인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재즈나 클래식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Rock이나 다양한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접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식상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에세이를 본 적이 있다. 재즈에 막 관심을 갖던 터라(지금 생각해 보면, 관심을 막 갖던 시기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이름에 기대여 읽기 시작했는데, 실망을 해었더랬다. 이 책도 그래서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 책은 나쁘지 않았다. 표현에서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좋지도 않았다. 우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단하다. 수집만이 아니고, 같은 곡을 비교할 수 있는 그 경지가 대단했다. 같은 곡을 연주한 다른 LP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있다. 100개의 음악(마지막 네 챕터는 연주자 혹은 지휘자에 대한 내용이다. 그래도 같은 곡을 나누어서 설명한 부분들도 있으니 얼추 100곡은 넘을 것 같다)을 LP별로 나누어서 짧게 감상을 전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인 좋고 싫음을 표현한 것도 좋았다.
유튜브로 해당하는 음반들을 찾아 들으며 읽고 싶었는데, 해당 LP들이 대부분 1950~60년대 음반들이라 찾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1970~80년대 음반들을 위주로 검색이 되는 음반 하나씩을 정해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어 나갔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들었던 클래식이 한정되어 있던 탓이리라. 한편으론 개인적인 컬렉션을 방문한 느낌이어서 작가에 대해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은 하는데, 크게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그럼 무엇이었을까. 시작하는 부분에서 그 답이 있었다.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이 때로는 (적잖이) 내게 해당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 떄문이다. 그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레코드를 적당한 가격-최대한 저렴한-에 사와서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는 방식을 지켜왔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밑지진 않고 본전에만 머문 느낌. 재즈에 관한 책처럼, 여전히 아직은 내가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들을 잘 들으며 책도 잘 읽었는데, 못내 아쉽다. 무엇인지 모를 본전 생각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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