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Music

<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 김김박김

green_rain 2022. 8. 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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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발달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읽는 책들이 연결될 때가 많다(유튜브의 추천 영상이나 쇼핑의 추천 목록 등 가끔 알고리듬으로 연결되어 표현되는 부분들은 무서울 때가 있다). 가장 최근에 리뷰한 책은 <한국팝의 고고학>이었다. 그 책을 리뷰하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알고리듬이 무섭긴 해도 이럴때 좋은 측면도 있다). <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 장르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이름에서 전해지는 말랑말랑함과 소프트함에 끌렸다. 서평단에 지원하기 전에 간략하게 책 소개를 봤는데, 이건 뭐... 대부분이 내가 좋아하던 음악들이 아닌가. 그렇다. 나는 멜로우 팝 장르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 중의 한 명인 김학선님은 멜로우 팝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했다. "'mellow'라는 낱말이 주는 이미지, 멜로우 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직관적인 이미지가 어쩌면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해 줄 것이다." 멜로우 시티든 멜로우 팝이든 시티 팝이든 장르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음악이 중요한 것이지. 고로 김학선님의 설명이 딱이었다. '멜로우'라는 단어는 소개되는 음악들과 찰떡이었던 것이다. 멜로우 팝. 그게 가장 이 책과 음악에 잘 맞아 떨어지는 아주 적절한 제목이었던 셈이다.

 

  구성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저자들(김김박김. 저자 네 며의 성을 모았다)이 뽑은 멜로우 팝 100곡을 모았다. 중간 중간 뮤지션들이 뽑은 멜로우 팝들도 소개되니까 100곡이 조금 넘을 것 같은데, 멜로우 팝이 수록된 앨범들과 함께 소개를 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앨범의 표지와 함께, 수록곡 전체를 소개해주었던 점이다. 수록곡 전체에 대한 소개는 작곡자와 작사가를 소개한다는 의미인데, 가수뿐만 아니라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을 함께 알 수 있어 좋았다. 중간에 저자 중 한 분의 이야기에서, 음악을 들을때 한 뮤지션(여기서는 조동익)의 작업을 따라 음악을 한 번 들어볼 것을 권하는데, 음악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좋은 접근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많은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내용의 통일성이 높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네 명의 저자가 다양하게 곡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던것 같다. 공통적으로 뽑힌 음악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멜로우 팝이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도 다양함이 느껴짐은 아마도 저자의 다양성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음악을 듣는 방법이 아주 쉬어진 요즘이다. 이 책 역시 소개되는 곡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앨범에 소개되는 수록곡들을 찾아 듣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개되는 100곡에 그치지 않고 소개되는 앨범들을 모두 들으면서 책을 읽었는데, 소개되는 멜로우 팝의 곡들 외에도 좋은 노래들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첫 시작은 김현철 1집이었다. 소개된 노래 '오랜만에'처럼, 정말 오랜만에 이 앨범을 다시 들었다. 너무 좋았고, 마지막 '형'이라는 노래는 개인적인 감정이 더해져 눈물마저 흘렸다. 그 외에 정말 좋아했었던 조규찬, 빛과 소금, 들국화, 김현식 등의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롭게 알게되고 만나게 되는 음악들도 있었는데, 노이즈의 멜로우 곡들은 신선했고, 11월, 아침, 소나기, 소나무 등은 새롭게 알게된 가수들이었다.

 

  요즘 노래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좋다고 몇 번 들어도 가사가 잘 남지 않는다. 그저 사비 부분 정도만 기억에 조금 남을뿐.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그 시절 그 때의 노래들은 그렇게 외우려고 기를 썼었던 것도 아닌데,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따라 부르고 있다. 그 음들 따라 부르며 그 많은 가사들이 저절로 입에서 나올 떄의 신기함이란. 이 책에서 소개되는 모든 곡들이 멜로우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노래들을 들었던 지난 한 주 내내, 나는 정말 멜로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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