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Novel

<작별인사>, 김영하

green_rain 2022. 5. 1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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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시를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시가 어려워져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뭐냐는 질문에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소설'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소설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았다. 게다가 장편소설이다. 당장 구매했다. 바쁜 일을 끝내고 읽어야지 하며, 시간이 좀 남을때, 잠깐만 읽어볼까, 했는데... 잠깐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읽었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랬던것 같고, <퀴즈쇼>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했다. 그러다 어? 하는 시점이 나온다. SF? 지금까지 내가 SF 장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히어로물이나 스타워즈 등 좋아하고 재밌게 본 영화(이런 영화들이 SF인지는 모르겠지만)들이 있었지만, 소설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처음 부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생각났다. 치료를 기다리며 냉동된 아이가 있는 집에 입양된 아이 로봇은 사랑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치료된 아이(인간)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 로봇은 버려진다. 그 아이 로봇의 여정이 그려진 영화였는데, 끝이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영화와 달리 재밌게 읽었다. 영화와 비슷한 플롯을 갖고 있다.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아 세세하게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정말 소설과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스스로 의식만을 클라우드에 남기는 것이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갖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로봇을 기계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다양하게 많아졌다.

 

  과거에는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어느 순간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편집자이자 아내분은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소설을 읽는 부분 부분들에서 울컥 울컥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철이의 마지막 부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것이 작가님의 말처럼 행간에 숨겨놓은 그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써 갖는 최소한의 인간성 같은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영화 <A.I.>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는 것인데, 가끔 소설을 읽을때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질 때가 있다. 이 소설도 그랬는데, 자꾸 그 이미지가 <A.I.>와 겹쳐졌다는 것이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내가 상상한 것이 아닌 어딘가로부터 온 한정된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게 아쉬웠다. 철이가 자꾸 영화 속의 귀여운 아이와 겹쳐지는, 그런 한계같은 거 말이다. 상상은 끝없이 펼쳐져야 맛이 나는데, 한정된 이미지는 결국 제한이 걸린다는 의미니까. SF에서 느꼈었야 할 가장 큰 부분에서 제한이 걸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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