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green_rain 2022. 10. 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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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야채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선택한 동기? 글쎄. 채식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 아니다. 앞으로 고기대신 채소를 먹는다? 힘든 결정일 것 같다. 그럼 이 책은 어떤 동기로 읽게 되었을까. 그냥 관심이었다. 비건에 대한 관심. 고기를 안 먹는다고? 왜? 그 물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야채만 먹고 생활이 가능할까? 고기를 안 먹으면서 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한강님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도 났다.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을 수 없게된 사람에 대해서 가해지는 사회적인 폭력들이 무서웠다. 그래, 내가 오늘부터 채식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자. 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 사회 생활을 하며 채식을 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지금도 외로운데, 회사에서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그러한 궁금증들 말이다. 그 궁금증들로 인해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한 친구가 생각났다. 무던히 놀기 좋아하던 그 시절.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저녁에 친구들과 마시는 술 한 잔과 식사 자리가 좋았다. 친구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비건이라고 했다. 비건에 대해 무지했던 그 시절(지금도 마찬가지로 무지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비건인줄 알았고, 그 친구도 야채만 먹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정말 비아냥 대는 의미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채소도 성장을 하는 존재들이어서 먹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무식한 질문들을 무례하게 던졌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보고서야 그 친구는 '폴로(Pollo)' 범주 정도의 비건이었었다고 기억이 된다. 다시 만나면 사과해야 겠다.

 

  이 책은 내가 비건에 대해 가졌었던 물음들에 대해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상당 부분 답을 제시하는 책인것 같다. 우선 비거니즘은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철학인 것 같다. 책 초반에는, 당신들은 사회적인 제약이 덜한 프리한 직업을 갖고 있어서, 비건을 택하기가 쉬운 것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사회적인 제약은 크지 않을 것 같다. 비건의 범주를 낮추어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말이다. 행동의 기저에 '동물권'이라는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비건'과 '논비건'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퍼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비건'이라고 주위에 선언했을 때 대해지는 행동들에 편견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듯이, 그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을 뿐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쁜 생각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생각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여전히 답을 정할 수 없는 생각들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 문제의 경우들 말이다. 한 후배가 길고양이를 입양했다. 추운 겨울 주차장 차 밑에서 나오는 고양이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고양이들 생각에, 입양을 한 후배가 멋져 보였다. 그 후배가 그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전했을 때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힘들지만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이 나은지, 인위적인 수술은 받더라도 집에서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것이 좋은지,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절대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동물권에 비춰 생각을 해봐도 어느 쪽이 좋은 선택인지 선뜻 택하기는 힘들었다.

 

  이제부터 실천할 내 행동들이 비건인지는 모르겠다. 고기를 안 먹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먹을 것 같다. 성분을 확인하면서 식재료를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동물복지 제품들을 선택할 것 같다. 그렇게 조금은 행동을 하면서 지낼 것 같다. 아니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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