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이 재밌었으니, 당연히 빨리 2권이 보고 싶었다. 1권보다 빠르게 2권을 읽어 나갔다. 역시 재밌다. 마지막 빌런처럼 여겨지던 총제작총괄(역시 외국 소설은 사람 이름이 입에 붙지도 기억에 남지도 남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이 사라지고 무언가 풀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는 희열과 환희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다만 아쉬운 점은 내가 종교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번스의 친구인 목사(역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ㅠㅠ)의 고민에는 많은 공감을 했다.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기독교와 하나님에 대해 막연하지만 강렬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 이따금씩 품게 되는 종교적인 의문점들과 회의감 같은 것들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강렬한 믿음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신실함으로 인해 고민의 깊이가 깊지 않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이긴 하다. 다시 돌아와서, 최종 빌런은 올세인츠 보육원은 대주교가 아니었나 싶다. 강렬한 믿음을 갖고 있는 기독교도 잘 알지 못하는데, 가톨릭은 잘 알겠는가. 가끔 종교에 의문이 들 때면, 같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니까, 교회에서 성당으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의 대주교의 모습은 뭐랄까,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비단 이 모습이 전체의 모습은 아니겠거니 하면서도 나의 강렬한 믿음은 무언가 금기시되는 되는 무언가를 접한듯 불안했다. 이 역시 해답에 대해서는 나의 고민으로 남겨둘 참이다.
책으로 돌아와서, 2권은 1권에 이어 본격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트의 모습이 이어지고, 어떻게 본래의 자기의 위치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과정이 그려진다. 그 과정 역시 순탄치 않고, 우여곡절이 많다. 그 과정들을 조트가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어느 지점에서 멈췄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변하지 말았어야 했다.
실화인듯 끝에 짧게 이어진 조트와의 인터뷰도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져서 좋았다. 가장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말도, 그 어느 책에서 읽었던 옮긴이의 말보다 공감하며 읽었다. 어느 정도의 타협, 소설과 현실의 차이 등. 그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모두가 읽으면서, 왜 저렇게까지, 저렇게 해서 뭐가 바뀔까 등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러지 않고 해피 엔딩을 만들어 가는 환타지에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은 다시 변화를 꿈꾸고 행동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 그것이 이 소설의 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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