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자주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다. 우선은 표지도, 책 제목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아서, 그저 이런 책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것도 그냥 흘려보낸 이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추천하는 걸 보게 되었는지(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서점"님 채널로 추측된다) 어느샌가 장바구니 들어가 있더니, 결재를 하고 구입을 했다. 그러곤 또 몇 주를 그냥 책상 위에만 두다가, 쉬는 중간 가볍게 펼쳐 들었는데, 너무 재밌다.
여성 화학자, 아니 성별은 상관없는, 화학 과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에 관한 이야기다. 아직 2권을 보지 못해서 뒷 이야기는 모르지만, 미혼모로 등장하는 조트가 미혼모가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과 대학원 시절, 실력에 비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업에서도 사회에서도 차별을 겪어야만 하는 조트가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낳기까지가 1편에서 그려지고 있다.
재밌다. 하지만 마냥 재밌지만은 않다. 1950~60년대의 미국 사회의 생활상이 담겨 있는데, 내용은 재밌는데, 그때와 지금이 많이 변한것 같지 않아 씁쓸함이 남는다. 물론 지금은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기회와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시대상과 많은 부분들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리뷰했던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에서 혼술에 대한 부분만 보아도, 아직은 성별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 차별 등은 남아 있는 듯 하다. 꼭 우리나라의 문제도 아니고, 미국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며, 전 세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러한 고정관념과 차별 등을 몸소 부딪히며 변화시키고자 하는 엘리자베스의 노력이 눈물 겹게 느껴지면서, 남자이기에 여전히 갖고 있는 변화되지 못한 생각들이 부끄럽기도 했다. 새삼 쿨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저렇게 나이 먹지는 말아야지, 권력도 아닌 것들을 권력이라 느끼면 행동하는 모습을 경멸에 가깝게 바라보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그런 행동들이나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의 그 좌절감이란.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분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그동안 외국 소설을 왜 안 읽었을까. 장르를 떠나서 2022년 올 해에 읽은 책 중에서 정말 손 꼽히는 책이 될 것 같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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