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이긴 하지만, 국내 소설에 국한한 이야기이고, 그마저도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소설보다 사회과학 분야의 글들이 더 와닿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여튼 이 소설은 다분히 노벨문학상 때문에 선택을 했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아는 외국 작가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걸 보면, 꽤 유명한 작가분인듯 한데, 죄송하지만, 이번 노벨문학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분인데, 작품은 한 번 읽어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입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에 인터넷 서점들마다 기획전이 열렸고,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랐다. 첫인상은 책이 무척 얇다는 것이었다. 그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보니, 소설은 책 두께보다 더 얇았다. 두께의 꽤 많은 부분이 소설의 해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해설 부분이 긴걸 좋아하지 않는데, 어차피 읽지 않기 때문에 별 상관없이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밌었다. 그래서 해설 부분도 읽어 보기로 했다. 내가 느낀 느낌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제목의 '열정'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열정'이었다. 강렬했지만 정말 한 사람을 향한 '단순한' 열정이었다. 어린 유부남과의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개인의 사랑에 대한 열정이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유부이건 아니건 그걸 떠나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읽으면서 싸이월드 생각이 났다. 싸이월드가 한참이던 시절, 아싸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싸도 아니었기에 싸이월드 일촌이 많지도 않았고 방문객도 거의 없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의 일기장에 정확한 지칭없이 글을 남길 때가 있었다. 한 번쯤은 그 사람이 와서 봐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자가 글을 써 나가면서 바랬던 그 감정이 내게는 그 시절 싸이월드의 감수성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대단한 작품이고 엄청난 작가인지를 한 작품으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작품을 평할 위치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도, 시대와 공간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그 열정이, 그 열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감을 불러 온다면, 시간과 공간,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써내는 작가가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짧지만 재미있게 읽은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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